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쿠드스 사령관 폭살을 발표하며 "어젯밤 내 지시로 미군이 세계 1위 테러리스트인 가셈 솔레이마니를 정밀 타격해 처형(execute)했다"며 "그는 미군 등에 대한 사악한 공격을 꾸미고 있었으나 우리는 그를 현장에서 찾아 제거(terminate)했다"고 했다. 행정부 관리들도 '표적 살인(targeted killing)' '사살 조치(lethal action)' 등 완곡한 표현을 썼다. 반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아딜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 등은 '솔레이마니 암살(assassination)'이라며 미국을 규탄하고 있다.

미국이 솔레이마니에 대해 '암살'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 이유는 뭘까. 미국에서 암살은 '정치적 동기가 깔린 살인'이라는 뜻이 있는 불법 행위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이 1976년 "미 정부에 고용된 사람은 정치적 암살에 참여하거나 공모해서는 안 된다"는 행정명령을 내려 암살을 처음 불법으로 규정했다. 당시 중앙정보국(CIA)이 비밀리에 수행하던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총리 등 외국 수뇌 암살 작전이 공개돼 파장을 일으킨 데 따른 조치였다.

트럼프 정부는 솔레이마니 제거가 대통령의 군 통수권을 규정한 미 헌법 2조에 따라 정당하게 발동한 '자위권(self-defense) 차원의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국무부는 "가셈 솔레이마니와 그가 조종하는 대리군 세력은 지난달 이라크에서 미군 부대에 근무하는 민간인 1명을 살해하는 등 두 달 만에 11차례나 미국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고 했고, 트럼프도 "솔레이마니는 미 외교관과 미군에 대한 사악하고 임박한 공격을 꾸미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이 주장하는 솔레이마니의 공격 음모의 실체를 두고 논란이 커지면서 '암살' 규정 여부도 계속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CNN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공격이 분노한 대통령이 제멋대로 내린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미국인들을 살리기 위한 조치였는지 논란이 커질 것"이라며 "만약 이란과의 전면전 등으로 이어져 미국인들이 더 위험해진다면 '미국의 안전을 위해 선제공격했다'는 논리는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