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됐던 부서 배치를 받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휴직 연장을 통보받았다. 분노 속에서 며칠을 보냈고, 어처구니가 없다."

김득중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7일 해고된 뒤 3865일 만의 출근에 나선 34명을 대표해서 이렇게 말했다. 쌍용자동차가 2018년 9월 복직 합의를 깨뜨렸다고 비난했다. 당시 합의는 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쌍용차 노조, 쌍용차,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 등이 참여한 '4자 합의'였다. 그때까지 남아있던 쌍용차 해고자 119명 중 71명(60%)을 2018년까지 복직시키기로 합의하고, 나머지 48명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복직시키되 6개월 무급휴직을 한 뒤 연말에 부서에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로 71명이 작년 초 회사에 복직했다. 나머지 48명 중 1명은 복직을 포기했고, 다른 1명은 복직 대신 자녀 채용을 요구했다. 남은 46명 가운데 34명이 이날 출근했다. 이들은 "내일부터 부서 배치가 될 때까지 매일 아침 출근하는 '출근 투쟁'을 하겠다"고 했다. 극심한 판매 부진으로 경영난에 처한 쌍용자동차는 "회사가 어려워서 그런 것인데 난감하다"고 했다.

◇10년 묵은 해고자 복직 요구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영난에 몰린 회사는 정리해고에 나섰고 노조는 공장을 점거하고 77일간 파업을 벌였다. 당시 노조위원장이었던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이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1700명이 명예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무급휴직과 명예퇴직을 받아들이지 않은 165명은 해고됐다. 해고자들은 그 후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일용직, 용역, 보험 판매 등을 전전했다.

쌍용차 해고 근로자 34명이 7일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안에 들어가 손을 흔들고 있다. 해고된 지 10년 7개월 만에 첫 출근 한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 측이 복직 후 부서 배치를 해 주겠다는 약속을 깼다”고 반발했다. 지난달 30일 특별 사면된 한상균(왼쪽에서 넷째) 전 민노총 위원장도 이날 34명 중 한 명으로 출근했다.

쌍용차는 경영상태가 좋아진 2013년부터 무급휴직자와 해고자, 희망퇴직 직원을 순차적으로 복직시켰다. 하지만 작년까지 해고자와 가족 등 쌍용차 관계자 3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숨졌다. 해고자들은 그때마다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천막을 치고 시민 분향소를 차렸다.

쌍용차엔 해고자를 복직시킬 법적 의무가 없었다. 대법원이 2014년 쌍용차의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노동계는 해고자 복직을 계속 요구했고, 정치 문제화됐다. 2018년 9월 합의는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주도했다. 경사노위는 복직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해 지원 방안 마련을 약속했고, 실제 쌍용차는 산업은행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 대출을 받기도 했다.

◇쌍용차 11분기 연속 영업적자

쌍용차는 이들의 출근이 난감하다. 쌍용차 관계자는 "해직자들을 받아 배치할 여력이 없다"고 했다. 쌍용차는 작년 말부터 사무직은 급여의 70%만 받으며 순환휴직을 하는 등 긴축 경영을 하고 있다. 임원도 20% 줄었고 임원 임금은 10% 줄었다. 상여금과 복지 혜택도 없어지거나 축소됐다.

쌍용차의 경영상태는 악화 일로다. 2017~2018년 연간 650억원 내외이던 적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1820억원 규모로 커졌다. 쌍용차는 이날 "복직자들의 현장 배치가 미뤄진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복직자의 현장 배치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경영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과 달리 구조조정 후 재고용으로 가는 과정에서 협력적 노사 관계가 없고, 정치권이 밀어내기식으로 이 과정을 대신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라고 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배가 있어야 사람이 탈 수 있듯 회사가 없으면 결국 근로자도 일할 곳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