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바둑 팬들은 과거 어느 해보다도 풍성한 '진수성찬'에 초대받는다. '바둑 올림픽'으로 부르는 잉씨배(현 보유자 탕웨이싱)가 4년 만에 개막하고, LG배(양딩신)·몽백합배(박정환)는 상반기에 우승자를 가려낸다. 2년 간격인 춘란배(박정환)·바이링배(커제)·천부배(천야오예)를 포함, 7대 메이저 대회가 모두 열리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제8회 잉씨배 결승 최종국(2016년 10월) 모습. 박정환(오른쪽)이 탕웨이싱에게 분패, 준우승에 그쳤다. 4월 상하이서 시작될 9회 대회서 한국은 옛 석권 전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잉창치배(잉씨배) 9번째 잔치가 4월 10일 개막, 13일까지 8강을 가린 뒤 7월 준결승 3번기를 거쳐 11월 결승(3번기)을 치를 예정. 잉씨배는 대회 초창기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가 차례로 제패한 '한국 바둑의 요람'이었다. 2009년 6회 대회 우승자 최철한을 마지막으로 끊긴 전통을 다시 이어갈지 주목된다.

올해 세계 메이저 챔프 1호는 2월 10일 시작되는 제24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결승(3번기)을 통해 나온다. 박정환과 신진서 등 한국 바둑 투톱이 대기 중이다. 승자는 2019년 제12회 춘란배(박정환) 이후 8개월 만에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한국 기사가 된다. 박정환은 5번째 메이저 정복을, 신진서는 세계 대회 첫 우승을 각각 겨냥 중이다.

8강을 추려놓은 제4회 몽백합배는 3월 25일부터 준준결승 및 준결승을 치르고, 5월 결승 3번기(16~22일)에 들어간다. 8강 대진은 커제 대 판팅위, 미위팅 대 셰얼하오, 쉬자양 대 멍타이링, 셰커 대 이치리키 등 중국 7, 일본 1명의 구도다. 한국은 16강 대열서 전원 탈락했다.

LG배 종료 직후엔 제13회 춘란배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2월 24·26일 24강전과 16강전을 거행한다. 8·4강전은 올해 하반기, 결승 3번기는 2021년 초반 열릴 예정. 25회째를 맞는 LG배와 삼성화재배(탕웨이싱)는 각각 6월 1일과 9월 2일부터 본선 출발선에 선다. 제5회 바이링배와 제2회 천부배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메이저급은 아니지만 하세배(1월 20~22일), 한중일 용성전(3월 4~6일), 월드챔피언십(3월 16~21일), 제3회 센코배(3월 26~28일), 제7회 글로비스배(5월 8~10일)가 꼬리를 물고 열린다. 제7회 국수산맥(7월 31일)과 신안 시니어국제대회(6월 13~17일)도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제32회 TV아시아대회는 6월 개최가 유력하다.

단체전 중에선 2월 17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22회 농심배가 관심의 표적이다. 한국이 우승하려면 유일하게 남아있는 최종 주자 박정환이 일본의 이야마 유타와 중국 커제·판팅위·셰얼하오·미위팅 등 5명을 모조리 꺾어야만 한다.

주요 국제 기전의 폭주로 스타급 기사들은 어느 해보다 빡빡한 강행군이 불가피해졌다. 한국기원 이주배 기전팀장은 "올해는 올림픽까지 열리는 해여서 각국 기원이 더욱 긴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회 관심도와 관련된 홍보 효과, 그로 인한 중계 스케줄 등도 걸려 있어 일정 관리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