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5일(현지 시각) 핵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한 핵 프로그램 동결·제한 규정을 더 이상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데 대해 사실상 핵개발 선언으로 대응한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6일 트위터로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공개석상서 이례적 눈물 - 6일(현지 시각) 이란 테헤란대 교정에서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장례식에서 이란의 2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와 에브라힘 라이시 사법부 수장이 참배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란에서 '신의 대리인'인 최고지도자가 공개 석상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솔레이마니는 지난 3일 미군 드론 공격으로 폭사했다.

이란 정부는 5일 성명서를 내 "핵합의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더는 지키지 않고, 우라늄 농축에도 제한을 두지 않겠다"며 "이란이 현재 지키는 핵합의의 마지막 핵심 부분을 버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원전은 농도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으로 가동할 수 있지만, 핵무기 제조를 위해선 농도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이 필요하다. 우라늄 농축을 위한 핵심 장비인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본격 생산하겠다는 뜻이다. 이란 정부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철회하면 핵합의로 복귀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미국이 그럴 가능성이 낮아 핵합의는 사실상 좌초됐다.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은 2015년 7월 핵합의를 타결했다. 하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핵합의로 이란 핵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로 2018년 5월 핵합의 탈퇴를 선언하고 대(對)이란 제재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당시 이란은 국제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핵합의에 남겠다"고 했지만,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를 계기로 핵개발의 마지막 안전핀을 뽑은 것이다. 모흐센 레자에이 전 이란 혁명수비대장은 이날 트위터에 "미국이 이란의 군사적 대응에 반격한다면 이스라엘의 하이파와 텔아비브는 가루가 될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5일 트위터에 "이란이 미국 사람 또는 목표물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아마도 불균형적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법은 공격에 대한 보복을 할 때는 '비례적 대응'을 하도록 하고 있다. '불균형적 방식'으로 반격한다는 것은 이를 무시하고 몇 배에 달하는 공격을 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도발 가능성도 경계했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그(북한 김정은)가 내게 한 (핵·장거리미사일 실험 중단) 약속을 깰 것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