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식 스포츠부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 1년여 만에 다시 얼음이 깔렸다. 슬라이딩센터는 스켈레톤 윤성빈이 한국 썰매 종목에서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곳이다.

이곳은 대회 후 사람들 기억에선 사라졌고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연간 운영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1년 넘게 폐쇄됐다가, 지난달 2019 루지 아시아선수권 개최를 계기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이번 달엔 스켈레톤 대륙간컵이 열린다. 과거 성공적인 올림픽으로 평가받는 도시들도 썰매 트랙을 활용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1998 나가노올림픽 썰매 트랙은 연간 2억엔(약 21억원) 운영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다 2018년 2월 폐쇄됐다.

강원도는 적자를 메울 해법을 찾은 걸까. 강원도가 묘수라고 꺼내 든 카드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수익형 체험 시설인 집와이어 체험(일명 플라잉스켈레톤) 프로그램이다. 관광객을 위한 썰매 종목 체험 시설을 만들어 운영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국회 예산 심의를 거쳐 국비 32억5000만원을 이미 확보했다. 여기에 도비 30여억원을 더해 60여억원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강원도에 따르면 집와이어 체험 시설은 전 세계 썰매 트랙에서 최초로 도입하는 것이다.

총공사비 1141억원을 들인 올림픽 유산을 방치하기보다는 재활용하려는 움직임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 세금 수십억을 투입하는 사업에서 가장 기본적인 절차 하나가 빠졌다.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연구 용역이다. 강원도는 '연구 용역 패싱(배제)'으로 사업 국비부터 먼저 확보했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계산해본 결과 연간 최대 37억8000만원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40일 동안 이용료 5만원씩을 내고 7만5600명이 이용해야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다.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운영비에 대해선 "제빙 기간 조정, 인건비 최적화를 통해 줄일 수 있다"는 식으로 넘어갔다.

이런 강원도의 자체 계산이 장밋빛으로 보이는 것은 외부 평가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이 시설 활용 방안에 대해 이전에 외부 용역을 두 차례 준 적이 있다. 한국산업전략연구원의 용역 결과는 매년 약 12억4800만원 적자였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재의뢰한 결과는 적자 폭이 더 큰 26억1400만원이었다. 이런 비관적인 전망을 체험 시설 사업으로 일거에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강원도는 3년 내 흑자 전환이라는 목표까지 밝혔다.

강원도 관계자에게 3년 내 흑자 전환에 실패했을 때 대책을 물었더니 "흑자 구조로 전환될 때까지 국비 지원을 계속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다가 안 되면 그냥 세금을 퍼부으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행정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