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군 최고 실세였던 가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미국을 향해 복수를 다짐한 이란이 어떤 보복 카드를 꺼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과 함께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도 거론된다.

4일(현지 시각)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란의 보복은 폭탄보다는 해킹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은 혁명수비대 산하에 고도로 훈련된 해커들이 있다. 2016년 미국 정보 당국은 이란 해커들이 미국 은행 수십 곳의 컴퓨터 서버에 접근하고 뉴욕 교외의 댐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에 접근한 사실을 밝혀낸 적 있다.

이란의 사이버 공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가 쏟아지는 가운데 4일 미국 정부의 온라인 문서 보관 홈페이지(FDLP)가 자칭 '이란 사이버 보안그룹 해커들'에 의해 해킹되는 일이 벌어졌다. 홈페이지 첫 화면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주먹에 맞아 피를 흘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그림으로 바뀌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해킹의 배후가 이란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이란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도 이란이 꺼낼 수 있는 카드다. 하루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인 약 1700만배럴의 원유가 지나는 길목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 유가(油價)를 폭등시켜 세계 석유 시장에 커다란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이란 케르만주(州) 담당 혁명수비대 골라말리 아부함제 사령관은 4일 '이란이 미국에 어떻게 보복할 수 있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호르무즈해협, 오만해, 페르시아만을 지나는 모든 미국 선박은 우리가 타격할 수 있는 사정권 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란은 미국과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대해 위협만 했을 뿐 실행에 옮긴 적은 없다.

이란이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등 친(親)이란계 무장 세력을 활용해 중동 내 미국인 또는 미국과 가까운 집단을 공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5200명에 달하는 이라크 내 미군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