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소설가가 이상문학상을 거부한 사실을 밝히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 김금희(40·왼쪽)와 최은영(35·오른쪽)이 국내 대표 문학상인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을 거부했다. 김금희 작가는 4일 소셜미디어에 “수상집에 작품을 수록하는 것과 관련해 계약서를 받아 확인하고는 게재를 못 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저작권을 해당 출판사에 3년간 ‘양도’한다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 ‘경애의 마음’ 등을 쓴 김금희 소설가는 현대문학상·젊은작가상을 받고 독자들이 뽑은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쇼코의 미소'를 쓴 최은영 작가도 우수상을 반납했다. 그는 "제가 황순원문학상·현대문학상·젊은작가상 우수작에 오르면서 이런 조건을 겪어본 적이 없다"면서 "저를 포함한 작가들이 보다 나은 조건에서 출판사와 관계 맺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우수상을 받지 않겠다"고 문학사상사 측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1977년 문학사상사에서 제정한 이상문학상은 대상작과 대상 후보작인 우수상 작품을 모아 매년 1월 수상 작품집을 발행한다. 해당 작품의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하고 작가의 단편집에 싣더라도 표제작으로 쓸 수 없다는 조항이 문제가 됐다. 김금희 작가는 본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저작권자는 작가여야 하는데 대상도 아닌 대상 후보작의 저작권을 '양도'하라는 계약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서 "상을 준다는 건 작품에 대한 격려인데 권리를 빼앗은 다음 격려하는 것은 진정한 격려가 아니다"라고 했다. 또한 "주최 측에 수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올린 글에는 "작가님의 결정을 지지한다"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동료 작가들도 김 작가의 문제 제기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던 또 다른 작가는 "우수상뿐 아니라 대상 수상작이라도 저작권을 가져가는 것은 재고해봐야 한다"면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세상에 작가를 널리 알리는 문학상의 본래 취지를 지켜달라"고 했다.

문학사상사 측은 “여러 출판사에서 수상작이라고 홍보하며 동시에 책이 출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면서 “수상 후 1년이 지나면 자유롭게 출판할 수 있도록 해왔고 작가의 저작권을 제한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또한 “오랜 관행대로 진행하다 보니 계약서상의 표현이 오해를 일으켰던 것 같다”면서 “젊은 작가들과의 소통을 통해 계약서를 재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