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3일 법관이 아닌 친여(親與) 단체 인사가 법원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자회견장에는 민변과 참여연대 사람들이 대거 참석했다. 대법원 자체 개혁안엔 '미비한 점'이 많기 때문에 민주당과 민변, 참여연대가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왼쪽) 의원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참여연대 관계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법원조직법 개정안' 발의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 개혁은 성과가 있지만 법원 개혁 논의는 아직 입법 성과를 낳지 못하고 있다"며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을 처리한 만큼, 앞으로는 사법부 개혁에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이었다. 민변 소속 성창익 변호사는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행정권을 민주적으로 분산함으로써 재판의 독립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자문위'라는 옥상옥 기구, 있으나 마나 한 기관을 둬 대법원장 권한이 오히려 더 강화되는 틀을 마련했다"며 김 대법원장을 직접 겨냥했다.

이 법안은 '사법행정위'라는 신설 기구에 사법 행정을 총괄하는 권한을 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기존 법원행정처의 행정 권한과 법관인사위원회의 인사권을 모두 이 기구로 보낸다는 것이다. 사법행정위는 위원장인 대법원장,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추천한 법관 위원 4명, 국회가 선출한 비(非)법관 위원 6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국회가 선출한 비법관 위원이 과반을 차지하는 구조다. 현 여야 구도로 볼 때, 민주당과 범여 군소 정당이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공조' 때와 같이 합심하면 비법관 위원 전원을 여권 성향 인사로 뽑을 수 있다. 비법관 위원의 자격은 '10년 이상 법관, 검사, 변호사로 재직했던 사람' '대학·연구기관에서 10년 이상 종사한 사람' 등이다. 여당 입맛에 맞는 민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원 내부에선 즉각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해 위헌(違憲) 소지가 큰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고위 법관은 "사법부 독립의 핵심은 법관 인사인데 사법행정위원 과반인 비법관 위원을 국회에서 뽑는다면 결국 국회가 법관 인사를 좌우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 원로 변호사는 "사법행정위에 비법관이 참여하면 결국 공수처처럼 민변 변호사가 들어가 법원 정책과 인사를 장악할 위험이 있다"며 "법원 내부의 공수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이 문재인 정권의 레임덕을 막기 위해 검찰 장악에 이어 법원 장악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성일종 원내대변인은 본지 통화에서 "공수처로 야권 인사들을 수사하고 '민변 대법원'으로 엄벌하겠다는 독재적 계획을 가만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법안이 실제로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둔 데다가,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으로 밀어붙이더라도 20대 국회 임기가 5월 말 끝나면 법안이 자동 폐기되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패권 교체를 선언한 민주당이 법원도 손을 보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20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더라도 주요 총선 공약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