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로즈 조지 지음|하인해 옮김|카라칼|480쪽|1만6800원 음식물이 소화돼 몸 밖으로 배출한 그것을 이 글에서는 ‘고체 물질’ 또는 그냥 ‘물질’이라 부르기로 한다. 번역서는 제목에 적나라하게 고체 물질의 이름을 적시했는데, 듣기 거북할 수 있으나 책의 주제를 적확하게 지적한 것이다. 원제는 ‘The Big Necessity’(거대한 필요성). 영국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사람들이 일상 대화에서 거의 언급하지 않으나 단 하루도 벗어날 수 없는 그 물질이 세계 곳곳에서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물질의 처리 방식이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지 진지하게 탐구한다.

오늘 아침 내 몸 밖으로 나온 물질은 버튼을 누르자 물 회오리와 함께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의 공간으로 사라졌다. 문명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수세식 처리 방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전 세계로 시야를 확장하면 이는 엄청난 '특권'에 속한다. 세계 77억명 인구 중 34%에 이르는 26억명은 숲속이나 웅덩이에 아무렇게나 해결한다. 여자들은 강간이나 뱀에게 물릴 위험을 무릅쓰고 모두가 잠든 새벽 4시쯤 일어나 깜깜한 야외에서 일을 해결한다.

이런 곳이 위생 상태가 좋을 리 없다. '물질' 1g에는 대략 바이러스 1000만개, 박테리아 100만개, 기생충 포낭 1000여개가 존재한다. 위생 시설이 열악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하루 10g의 '물질'을 본의 아니게 다시 섭취하고 있다. 15초마다 어린이 1명이 설사병으로 사망한다. 이 중 90%가 '물질'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 때문에 죽음을 맞는다. 수인성 질병이라고 완곡하게 표현하지만 사실은 '분변성 질병'이라고 부르는 게 옳다. 지난 10년간 이 질병으로 사망한 어린이 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무력 분쟁으로 사망한 사람보다 많다.

1950년 4월 런던 하수도에서 일하는 작업자들. 오물과 분변을 따로 처리하는 하수도 덕분에 인간 수명이 20년 늘었다.

유럽도 현대 같은 위생 시설을 갖춘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19세기 런던에서 아이 둘 중 하나는 성인이 되기 전 사망했다. 게리 루브쿤 하버드대 유전학 교수는 화장실이야말로 인간 수명을 늘리는 절대적 요인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평균 수명은 현대의 위생시설 덕분에 20년 늘어났다. 런던 하수도를 최초 설계한 조셉 바젤게트는 '위대한 위생가'로 추앙해야 마땅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가 1858~1866년 런던 중심부에 하수도를 만들기 전 템스강은 거대한 변소였다. 1848~1849년 템스강 식수를 마신 런던 시민 1만4000명이 콜레라로 사망했다.

저자는 관련 문헌 섭렵은 물론 '물질'을 처리하는 여러 나라의 시설을 직접 찾아간다. 먼저 찾아간 곳은 런던 하수도. 런던은 하수도망이 세계에서 가장 긴 도시다. 민영 수도회사 템스워터가 관리하는 런던 하수도는 약 6만㎞로 뉴욕의 6배에 이른다.

하수도 안은 생각했던 것만큼 악취가 심하지는 않았다. 냄새가 덜한 이유는 단순하다. 물에 희석됐기 때문이다. 사람은 1년 평균 35㎏의 물질과 500L의 소변을 배출하지만 수세식 변기의 물과 합치면 그 양은 1인당 1만5000L에 이른다. 하수도에선 온갖 생활물품이 발견된다. 안내를 맡은 하수도 관리인은 '뭐든 버리는 사회'를 개탄했다. "키우던 금붕어가 죽으면 어떻게 하나요? 변기에 버리죠. 수류탄이 망가지면요? 역시 변기에 버리죠." 휴대폰은 1년 85만개가 변기에 빠진다.

저자는 세라믹 변기부터 비데까지 생산하는 일본 회사 토토, 화장실 문이 없는 중국 마을 등 세계 곳곳을 찾아 르포하고, 우주왕복선에 설치한 2340만달러(약 272억원)짜리 화장실, 바이오가스 및 물을 재활용하는 친환경 처리법까지 ‘물질’과 관련된 거의 모든 얘기를 풀어놓는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매일 배출하는 물질이 음식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깨달음이 절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