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가 한창일 때 뉴욕타임스가 인터넷판에서 ‘choronambul(조로남불)’을 소개했다. 타임스는 “'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으로, 그의 명백한 위선을 보다 못 한 한국 대학생들이 만든 신조어”라고 했다. 영어의 ‘double standard(이중 잣대)’ 같은 말로는 ‘내로남불’의 맛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조씨 덕분에 ‘내로남불’도 ‘gapjil(갑질)’ ‘chaebol(재벌)’처럼 영어 사전에 오를 날이 올지도 모른다.

▶양파처럼 까도 까도 끝이 없다는 게 조국의 내로남불이다. 해를 넘겨서도 계속된다. 조국 부부가 2016년 아들의 미국 대학 온라인 시험을 두 차례 대신 쳐줬다. 조씨는 그러면서도 최순실 딸의 대리 시험 의혹에 대해 "경악한다"고 썼다. 남의 대리 시험에 대해 '부정행위'라고 경악하는 사람이 돌아서서 제 자식 대리 시험을 쳐준다. 보통 사람들은 설사 대리 시험을 쳐줬다 해도 똑같은 행위를 한 다른 사람을 공개 비난하지는 못한다. 조씨는 정신 세계가 정말 특이하다.

▶온갖 음모론과 거짓 선동으로 조국을 감싸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번에도 거들었다. 조국 부부가 대신 봐준 게 '오픈북 시험'이기 때문에 괜찮고, 이를 문제 삼은 검찰 기소가 "깜찍하다"는 것이다. 오픈북은 답안을 작성할 때 책이나 참고 자료를 찾아봐도 된다는 것이지 아예 다른 사람이 대리 시험을 쳐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장관까지 지낸 사람이 이런 어이없는 궤변을 말한다. 정치 패싸움에 빠지면 제 정신이 아니게 되는 모양이다. 그러니 같은 편에서도 혀를 찬다.

▶이 정권에서 대법관이 된 판사는 자신도 위장 전입을 해놓고 다른 위장 전입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집값 잡겠다는 정권의 의지를 강력하게 홍보하던 청와대 대변인은 전 재산을 부동산 투기에 베팅했다. 청문회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처벌하겠다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은 자기가 장관에 지명되자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과거 "관치는 독극물"이라며 낙하산 은행장을 저지했던 사람들이 정권을 잡자 낙하산 부대를 내려보낸다.

▶정권의 낯 뜨거운 내로남불 사례가 나올 때마다 분노하던 많은 사람이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고 한다. 자고 일어나면 쏟아지니 어느 순간 무덤덤해졌다는 것이다. 정신 건강을 위해 일일이 흥분하기를 포기한 사람도 있다. 세상이 바뀌면서 새롭게 정립된 기준을 ‘뉴 노멀’이라고 하는데, 이 정권은 ‘내로남불의 뉴 노멀’ 시대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