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남동부 지역을 휩쓸고 있는 산불로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사우스 코스트 인근 250㎞ 해안 지역에 '관광객 대피령'이 내려졌다.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주지사는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계속된 산불 위기로 3일 오전 9시부터 일주일간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뉴사우스웨일스주 소방청은 수도 캔버라 인근 베이트먼 베이에서 빅토리아주 경계에 이르는 250㎞ 해안 지역을 '관광객 금지 구역'으로 지정하고 "남동부 해안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이들은 오는 4일 전까지 해당 지역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당국은 오는 주말 최고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고 강풍이 예고돼 불길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 개방된 공간에서 불 피우는 것을 금지하는 '전면 발화 금지령(total fire ban)'도 함께 내렸다. 한여름 성수기를 맞아 호주 해안을 찾은 관광객 수천명은 날벼락을 맞았다. 해안 지역을 빠져나가기 위한 고속도로 차량 행렬이 10㎞ 가까이 이어졌으며 식량과 휘발유를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지역 식료품점과 주유소 등에 줄을 서고 있다고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이 전했다. 호주 해군은 도로가 전소돼 남부 빅토리아주 해안가에 고립된 4000명을 구출하기 위해 헬기와 군함을 동원했다.

호주 산불 2개월… 북미지역 소방대원 39명 급파 -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 베언즈데일에서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산불로 인해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해 11월부터 호주 남동부를 휩쓸고 있는 산불이 최근 더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사흘 동안 화재로 8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산불 진화 지원을 위해 북미 지역에서 급파된 소방대원 39명이 2일 호주 멜버른 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지난 11월부터 호주 남동부를 덮친 화재는 강풍과 고온으로 계속 번지고 있다. 이미 서울 면적의 66배에 달하는 약 4만㎢ 지역이 화재 피해를 보았다. 지금까지 최소 18명이 화재로 사망했으며 건물 약 1300여채가 소실됐다. 실종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호주는 매년 이맘때쯤 건조한 기후 때문에 산불이 많이 발생하지만, '역대 최악의 피해'라는 말이 나오면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호주 산불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하며, 정부가 석탄 산업을 축소하는 식으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주는 전 세계 석탄 수출의 3분의 1을 담당한다. 그러나 스콧 모리슨 총리는 이번 산불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는 "호주의 기후변화 대응책은 대기오염 감축 목표에 맞게 시행되고 있다"며 화재 피해 대응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