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인 이모(71)씨는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 1년째 입원 중이다. 3년 전 치매 진단을 받았고 당뇨·고혈압이 있지만, 병원에선 "약을 꾸준히 먹고 정기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도록 도울 사람만 있으면 퇴원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씨 남편은 5년 전 세상을 떠났고, 딸도 회사에 다녀 이씨를 보살피기 어렵다.

이씨처럼 의료적 필요보다는 돌봐줄 여건 때문에 입원하고 있는 경우를 '사회적 입원'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요양병원 환자 분류 체계를 개편하기에 앞서 추산해본 결과, 의학적으로 입원 필요가 낮은 선택입원군 환자는 12만~17만명에 이르렀다. 17만명은 전체 요양병원 입원 환자 44만여명의 40% 정도다. 복지부 관계자는 "선택입원군 모두를 '사회적 입원'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특별히 의학적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감사보고서에서 "(요양병원에) 입원 필요가 낮은 환자가 장기 입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65세 이상 인구가 2008년 499만명에서 2018년 737만명으로 증가하는 사이, 요양병원 수는 690개에서 1445개로 2배 이상(109%)으로 늘었다. 감사원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1000명당 요양병원 병상 수는 36.7개(2017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6개의 10배 이상이고, 감소 추세인 다른 나라들과 반대로 증가 추세(2010년 21개→2017년 36.7개)에 있다"고 지적했다.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고령 환자 중에는 "집에 가서 이웃들도 만나면서 지내고 싶다"는 환자가 많다. 본지와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공동으로 55~75세 670명을 조사한 결과, 향후 거동이 불편해지면 어디에 머물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46.5%가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거주하고 싶다'고 답했다. 향후 집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지원하는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 돌봄)를 활성화하면 이를 이용하고 싶다는 사람은 10명 중 8명 정도(80.5%)였다.

서울대 의대 윤영호 교수는 "초고령사회가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죽음을 준비하는 제도적 지원 대책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다양한 커뮤니티 케어 서비스를 통해 경증 환자는 집에서 거주하면서 필요한 경우에만 병원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