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출범하는 서울대 인공지능대학원(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신입생 모집에 현직 서울대 교수가 지원했던 사실이 2일 확인됐다. 현직 교수가 다른 전공 학생으로 입학을 신청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자, 학교 측은 교육부와 여러 차례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불합격'. 성적은 최고 수준이었지만, 해당 교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2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학교는 작년 10월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신입생을 모집했다. 최근의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40명을 뽑는 전문석사과정에 257명이 지원했고, 학교 측은 지원자 서류 검토에 착수했다. 신상 정보를 가린 상태에서 자기소개서(자소서)를 검토하던 입학 담당 교수들의 눈길이 유독 한 지원자의 자소서에 쏠렸다. '기존 나의 전공 분야에 AI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취지의 지원 동기와 수준 높은 스펙이 적혀 있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입학 담당 교수 대부분이 '이 사람 뽑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상 정보를 확인하는 순간, 입학 담당 교수들은 고민에 빠졌다. 해당 지원자가 이 학교 사회과학대의 부교수인 A씨였던 것이다. 서울대는 더 이상 자세한 A 교수 신상은 밝히지 않았다. 가장 큰 고민은 'A교수가 대학원생이 될 경우 현실적으로 원활한 교수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서울대 학칙은 '전임교원은 주당 9시간 강의를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주(週) 6시간 강의하는 교수의 경우, 수업과 별개의 '학생지도'를 맡아야 한다.

인공지능대학원 전문석사과정은 월~금요일 낮시간대 수업이 열리는 전일제(全日制) 과정. 학교 측은 교육부에 문의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대학 재량으로 판단할 문제지만, 학업이 교수 직무에 방해가 되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서울대는 A교수에게 휴직 의사를 물었지만 교수는 거부했고, 결국 서류전형 불합격을 통보했다.

이 교수는 현직이 아니었다면 지원 동기와 다방면에서 충분히 합격할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관계자는 "A교수가 학교와 입학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은 뒤 전공 분야에 AI를 접목한 새로운 연구를 하고, 학생들에게도 AI 관련한 전공 수업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아무래도 학생들 수업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또 다른 대학원 관계자는 "A교수가 실제 휴직 의사를 보였다고 하더라도 쉽사리 합격 여부를 결정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현직으로 활동하는 서울대 교수를 뽑기 위해 대신 다른 인재 한 명을 떨어뜨리는 것도 대학원으로서는 큰 부담이었다는 설명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학원 내부에서는 학생 정원을 늘려야 더 다양한 인적 구성을 만들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화됐다"고 했다.

학생 정원을 늘리려면 교수가 많아야 한다. 하지만 서울대 AI 대학원 교수 채용 과정도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17일 '인공지능 국가 전략'을 내고 AI 관련 학과 교수의 기업 겸직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호봉제에 얽매인 획일적이고 낮은 보수(報酬)와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연구 환경'이 우수 교원 확보에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설립준비단장은 "AI 교육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만 강조할 게 아니라 각 분야에서 교육할 수 있는 자원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외국인이나 군(軍) 위탁생 제도처럼 교수 인원을 정원 외로 뽑을 수 있는 특별 규정과 커리큘럼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