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정계 복귀를 선언한 2일, 정치권 이목은 일제히 안 전 대표의 귀국 일정과 향후 정계 개편 방향에 쏠렸다. 안 전 대표는 2016년 총선 때 '녹색 돌풍'을 주도하며 국민의당을 38석 제3당으로 만들었고, 2017년 대선에선 약 700만표(21.4%)를 얻어 3위를 했다. 그런 안 전 대표의 선택이 오는 4·15 총선의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현재 스탠퍼드대 방문학자 자격으로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 안 전 대표 측 김도식 비서실장은 "복귀 일정과 계획은 아직 미정"이라며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각계각층의 국민과 만나며 이후 역할을 상의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가 새해가 밝자마자 정계 복귀 의사를 밝힌 만큼, 유승민 의원의 새로운보수당이 창당하는 오는 5일이나 자유한국당이 공천관리위원장을 발표하는 10일을 전후해 귀국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일단 돌아가겠다고 했으니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과거 야당 대표 시절 당 행사에서 셔츠 소매를 걷어올리고 있다. 안 전 대표는 2일 “외로운 길일지라도 저를 부르셨던 국민 마음을 소중히 되새기면서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안 전 대표가 현재 당적(黨籍)을 두고 있는 바른미래당으로 바로 복귀할지도 관심사다. 바른미래당은 안 전 대표가 2016년 창당했던 국민의당이 지난해 유승민 의원의 바른정당과 합당해서 만들어진 당이다. 안철수계 비례대표와 호남계 일부 등 국민의당 시절 현역 의원 20여명과 당사(黨舍)와 국고 보조금, 인적 조직이 남아 있다. 하지만 안 전 대표 측은 "현재 바른미래당은 과거의 리더십에 정체돼 있다"며 "(손학규 대표 같은) 과거에 머무른 분들이 자생적인 힘도 없으면서 안 전 대표의 이미지만 얹어서 가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손학규 대표와 유승민계의 당권 다툼으로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이미지가 나빠진 바른미래당에 그대로 들어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 전 대표는 귀국 후 바른미래당과 잠시 거리를 두면서 독자적인 공간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안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외로운 길일지라도 가야 할 길을 가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바른미래당 안철수계 의원들은 최근 손학규 대표를 만나 사퇴와 비대위 구성 등을 요구했다. 당명과 지도 체제 등 외연을 완전히 허물고 '안철수 신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후 안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새로운보수당 등 보수 세력과 통합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기반으로 신당을 창당한 뒤 한국당·새보수당과 통합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안 전 대표 측은 "황교안·유승민 측과 대화하지 않겠다"며 "문재인 정권이 실정(失政)을 거듭해도 야당 지지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탄핵'이라는 과거에서 못 벗어난 보수 진영이 '극우' 모습까지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야권 관계자는 "'폭주 정권'과 '무능 야당'의 틈을 안 전 대표가 파고들었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총선·대선 때 한국당을 '부패 기득권 세력'이라고 지칭했다. 신당을 만든 뒤 중도층 지지를 확장하면서 야권 통합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면, 굳이 한국당·새보수당과 손을 잡지 않고도 '국민의당 시즌 2'를 연출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