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한국당이 '비례 위성 정당'의 창당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정의당이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 정당 역할을 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1일 나왔다. 민주당 지지자 상당수가 '지역구는 민주당에, 비례대표는 정의당에' 투표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업체 리서치앤리서치가 서울신문 의뢰로 지난달 26~29일 전국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3.1%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9.4%로 한국당 지지율 24.8%보다 14.6%포인트 높았다. 다른 원내 정당들의 지지율은 정의당 6.5%, 바른미래당 4.1%, 새로운보수당 2.4%, 우리공화당 1.1%, 민주평화당 0.7%, 대안신당 0.3% 등이었다.

그러나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는 어느 정당이나 단체에 투표하겠느냐'는 물음에는 결과가 많이 달라졌다. 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26.0%로, 한국당(22.5%)과의 차이가 3.5%포인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의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14.2%로 높아졌다. 민주당 지지자의 22.3%가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정의당에 표를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새보수당 등 다른 당들은 지지율과 비례대표 선거에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의 비율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었다.

본지가 이 여론조사 결과대로 유권자들이 비례대표 선거 투표를 했다고 가정하고 총선 결과를 예측해봤다. 그 결과, 정의당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 몰아주기'에 힘입어 전체 비례대표 47석의 절반이 넘는 26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으로 교섭 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숫자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이 지금보다 7석 줄지만, 민주당과 정의당이 지역구 당선자를 지금 수준으로 지키기만 해도 두 정당 의석수가 과반(151석)에 1석 모자란 150석이 된다. 반면 한국당·바른미래당은 지금보다 의석이 각각 11석, 4석 줄어든다. 새보수당만 2석 늘어나는 데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