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 습격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정예 병력 750명을 추가 급파하기로 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바그다드에서 미군과 우리 시설에 대한 위협 수위가 높아졌다"며 "미 육군 82공수사단 소속 신속대응부대(IRF) 대원 750명의 배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IRF는 폭동 진압 특수부대로,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관리를 맡았다.

앞서 미국이 이라크 내 친(親)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KH)' 기지를 공습한 이후 이라크 시위대는 미국 대사관 입구를 부수고 성조기를 불태웠다. 미국은 대사관 직원 신변 보호를 위해 해병대원 100여명을 보낸 데 이어, IRF 대원 파견으로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이다. 미 국방부는 필요할 경우 낙하산 부대원 4000명을 추가 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 美대사관 습격에 美헬기 조명탄 발사 - 이라크 내 시위대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을 습격한 직후, 미군 아파치(AH-64) 공격 헬기가 미 대사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미 국방부가 해당 영상을 직접 공개했다. 폭스뉴스는 “아파치 헬기가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해 조명탄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즉각 정예 병력을 추가 파병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2012년 '벵가지 악몽'이 재연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2012년 9월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 무장 시위대가 미국 영사관을 습격해 당시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와 국무부 관리 3명 등 4명이 숨졌다. 당시 한 미국 영화가 이슬람을 모독했다며 흥분한 시위대가 갑자기 몰려들어 발생한 사건이었다.

벵가지 사건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참사로 비판을 받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벵가지 사건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공격하는 주요 소재로 삼았다. 바그다드에서 '제2의 벵가지 사태'가 발생하면 트럼프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오는 11월 대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의식해 트럼프는 지난달 31일 트위터에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은 안전한 상황"이라며 "이란은 우리 시설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책임져야 하며 그들은 매우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이것은 경고가 아니라 협박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anti)벵가지"라고 덧붙였다.

1일 이라크 시위대는 미 대사관 근처에 텐트 50여 개와 간이 화장실까지 설치하고 연좌 농성에 돌입했다고 AFP 등이 보도했다. 이들은 미군이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군경과 미 해병대가 시위대를 해산시키려고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