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내부에서 지난 연말 예산안과 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막아내지 못한 데 대해 '황교안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범여권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황 대표가 '투쟁'도 '협상'도 제대로 못 한 채 전략적 무능(無能)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단식 이후 결사 저지 목소리만 높였을 뿐 범여권을 흔들 대응 카드나 협상 전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며 "더구나 공수처법은 몸으로 막지도 못한 채 무기력하게 통과시켰다"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황 대표가 '목숨을 걸겠다'고 했지만 아무 성과도 없었다"며 "리더로서의 책임을 통감하기보단 현역들에게 '의원직 총사퇴'만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황 대표는 지난달 30일 의총에서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의원은 겉으론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지만, 실제 사퇴서 서명엔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국회의장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의원직 총사퇴도 할 수 없어 당 안팎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렇게 비아냥거리는 우리 사회가 안 됐으면 좋겠다.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황 대표가 공수처법 통과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재래시장을 방문한 데 대해서도 "지금 대선 행보를 할 때냐"는 얘기가 나왔다. 한 수도권 의원은 "지금은 황 대표의 총선 불출마를 넘어 대선 불출마, 당대표 사퇴, '백의종군(정계 은퇴)' 선언 등 통합과 쇄신을 위한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하는 초(超)비상 상황"이라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와 김영우 의원 등은 '통합 비대위 구성' '당 간판 내리기' 등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당 일각에선 10일 공천관리위원장 발표 이후에도 통합·쇄신·영입에서 구체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황 대표계 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대표 리더십을 흔들면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