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하다, 포시랍다, 엄배덤배, 수눌음, 께낀하다….

온 국민이 함께 만드는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에 등재될 단어 100개가 1차로 선정됐다. 조선일보가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한글학회와 함께 펼치는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캠페인의 첫 결과물이다. 말모이 운동을 주관하는 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 소속 연구원들과 지역별 방언 전문가 검수단 등 국어학자 20명이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간 말모이 사전 홈페이지(malmoi100.chosun.com)와 사무국으로 접수된 단어 2만여 개 중 엄선해 1차로 단어 100개를 선정했다. 강원·경기·경남·경북·전남·전북·충남·충북·제주·북한 등 10개 지역에서 올라온 단어들을 10개씩 골랐다.

지역마다 생소한 고향의 입말이 흥미롭다. 경기 지역에선 '배틀하다' '상긋' 등이 선정됐다. '배틀하다'는 '감칠맛이 느껴진다', '상긋'은 '끊임없이 잇따라'라는 뜻이다. 충북에선 '얼기설기'라고 하지 않고 '엄배덤배'라고 한다. '엄배덤배 돼 있어서 잘 모르겠다'는 예문이 등록됐다. '수눌음'은 '이웃끼리 서로 일을 도와주는 것'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경기 지역 단어를 엄선한 한성우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우리 생활·문화와 관련된 말, 꼭 필요한 단어인데도 사전에 올라와 있지 않은 단어들을 우선 뽑았다"고 했다.

도투막질, 미깔스럽다, 몸디기…. 석 달 동안 모인 단어 2만여 개 중 국어학자들이 엄선해 선정한 단어 100개를 워드클라우드 형태로 만들었다. 전체 뜻풀이와 예문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시 쓰는 말모이'에 1차로 등재할 100단어에 전남 방언 '곰부랏대'도 오른다. '소여물을 담을 때 쓰는 갈고리 모양의 나무'를 뜻한다. '곰부랏대로 소죽 좀 퍼라' 하는 식으로 쓴다. 또 '간푸다'(산만하고 부산스러운 아이들 모습) '아슴찮다'(고맙다) 등이 전남 지역에서 수집한 우리말로 선정됐다.

강원도에 가면 '매랜없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결과나 상태 따위가 좋지 않을 때 주로 조사 '도'를 넣어 '매랜도 없다'고 쓴다. '태풍이 지나고 나니 논밭이 죄다 매랜도 없다'는 식이다. '도투막질'이란 낱말도 있다. '의견이나 이해가 달라 서로 따지며 다투는 짓'이란 뜻이다. 예를 들어 '이웃에 살아도 말 한마디 도투막질하는 건 음싸(없다)'같이 쓸 수 있다.

충북에선 '기지개'는 '뻐대', '부침개'는 '누레미'라고 말한다. '일어났으면 뻐대 좀 해' '오늘은 비도 오고 간식은 누레미가 제격이다'는 예문이 등록됐다. 충남에서 수집된 '몸디기'는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티끌'을 뜻한다. '웬 놈의 몸디기가 이렇기 날린댜'처럼 쓸 수 있다.

경북에서 '미깔스럽다'는 말을 들었다면 좋아해선 안 되겠다. 얼핏 예쁘게 들리지만 뜻은 '말이나 행동이 약빠르고 밉다'는 뜻이다. '하는 짓이 미깔시럽다'처럼 부정적 의미로 쓴다. '포시랍다'는 '편안하고 순탄하다'는 뜻의 경북 방언. '가(걔)는 너무 포시랍게 커가(커서) 버릇이 없다'처럼 쓴다.

제주 말은 더 생소하다. 달걀을 제주에선 '독새기'라고 부른다. 예문으로 '솔문 독새기 호나 줍서'란 문장이 등록됐다. 외국어 같지만 '삶은 달걀 하나 주세요'란 뜻이다.

북한 지역 단어 중에선 '재빌하다' '께낀하다' 등이 선정됐다. '재빌하다'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날뛰다'라는 뜻이다. '저 아이는 왜 저렇게 재빌하냐?'처럼 쓸 수 있다. '께낀하다'는 '치사하다'는 뜻이다. '께낀하게끔. 뭐 그딴 것 가지고 그러네'라는 예문이 등록됐다.

소강춘 국립국어원장은 "출신 지역과 성장 환경에 따라 사람마다 단어에 대한 반응이 다를 수 있다"며 "어떤 단어는 어릴 때부터 들은 말인데 왜 아직까지 사전에 등록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고 어떤 단어는 아주 생소한 단어일 수도 있다. 또 같은 단어라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게 발음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새해를 맞아 확대 개편된 말모이 홈페이지(malmoi100.chosun.com)에서 1차로 선정된 단어 100개와 뜻풀이, 예문을 확인할 수 있다. 수집이 끝나면 국어학자들의 검토와 정제 과정을 거쳐 지역별 방언 전문가 검수단과 국립국어원이 최종 검수해 오는 10월 사전으로 펴낼 예정이다.

김형주(상명대 교수) 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 사무국장은 "일상생활에서 즐겨 쓰는데도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르지 않은 순우리말, 입말과 방언 등을 우선 선정했다"며 "홈페이지에는 기본적 뜻풀이와 간략한 예문만 담았지만 앞으로 펴낼 사전에는 여러 의미와 용례, 문화사적 의미를 최대한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