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는 온대성 바닷물고기로 동해와 제주 난바다에서 서식한다. 수온과 먹이를 따라 여름엔 높은 수온을 피해 동해로 이동했다 가을이면 제주 바다로 내려온다. 제주 바다로 내려올 때는 4㎏ 내외 중방어지만 이후 마라도 근처에선 8㎏ 이상 대방어로 자란다. 조선의 3대 어류 전문서 중 하나인 ‘전어지’는 대방어를 ‘무태장어’라 했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는 방어는 동해에 살며 큰 것은 6~7자에 이른다고 했다. 대방어는 고소하고 기름져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대방어 맛을 찾아 겨울 제주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도 적지 않고, 모슬포에서는 매년 방어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방어 마니아들이 제주보다 강릉이나 삼척 등 동해안을 찾고 있다.

동해를 대표하는 어항 주문진은 겨울철이면 오징어, 도루묵, 양미리로 풍성했다. 최근 이 어종들은 크기가 작고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다. 대신 방어를 비롯해 붕장어, 갑오징어, 한치, 참치, 삼치 등이 잡히고 있다. 모두 남쪽 바다에서 많이 잡히던 어류이다. 해수온도 상승으로 남쪽까지 내려가지 않고 동해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문진 새벽 어시장에 가봤더니 오징어는 주산지가 무색할 정도로 잡히는 양도 적고 크기도 작았다. 발에 차일 정도라던 도루묵은 귀해졌고, 방어는 그물에 가득하다. 자리돔을 미끼로 한 외줄낚시로 잡는 제주 방어잡이〈사진〉와 달리 강원도에서는 대형 고정 그물(정치망)을 방어가 다니는 길목에 설치해 잡는다.

각 지역 어민은 물론 상인, 지자체의 희비(喜悲)도 엇갈리고 있다. 한 달 전 모슬포에 갔다가 한산한 식당들을 보고 놀랐다. 마라도 어장에서 돌아온 방어잡이 어민들도 대방어가 잡히지 않는다며 울상이었다. 작년에는 강원도에서 잡힌 대방어 수천 마리가 제주도 방어 축제를 위해 보내졌다. 한편, 강원도에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산천어 축제가 연기되었다. 다른 겨울 축제도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동해를 대표하는 오징어가 그 자리를 방어에게 내줄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