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양산부산대병원 갤러리 제막식에 참석한 조국(맨 오른쪽) 전 법무장관과 신상욱(맨 왼쪽·당시 양산부산대병원 부장)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장, 노환중(왼쪽에서 둘째·당시 양산부산대병원장) 부산의료원장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학업에 대한 격려를 목적으로 개인적으로 마련한 장학금입니다."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은 지난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28)씨에게 지급한 장학금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일자 열심히 하라는 의미에서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장학금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에게 건넨 뇌물이라고 보고 31일 노 원장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이날 조 전 장관을 뇌물 수수 등 12개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노 원장도 뇌물 공여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노 원장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교수로 근무하면서 아버지 호를 따서 만든 ‘소천장학회’를 통해 조 전 장관의 딸에게 2016년 1학기부터 2018년 2학기까지 6학기 연속으로 200만원씩 1200만원을 지급했다. 조씨가 의전원에서 두 차례 유급을 하고도 지도교수로부터 1000만원이 넘는 장학금을 받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신고된 재산만 56억원에 달하는 조 전 장관의 자녀가 장학금을 6연속 독차지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조 전 장관이 2013년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 후보를 저격하면서 남긴 글이 화제가 되면서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사례가 추가되기도 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윤 후보의 대학생 딸 가계곤란 장학금 5회 수혜, 이건 정말 아니다"라며 "교수 월급을 받는 나는 사립대 다니는 딸에게 장학생 신청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썼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13년 2월 26일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5차례 ‘가계 곤란 장학금’을 비판했던 페이스북 글.

특혜 논란이 일면서 노 원장은 유급 처리된 조씨가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라는 의미에서 준 장학금이라고 해명했다. 별도 선발 기준이나 신청 공고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장학금이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고, 조 전 장관이 장학금 지급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조 전 장관 측도 장학금 특혜 보도에 대해 "명예를 훼손하고 유죄 심증을 유포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조 전 장관 측은 "부산의대 발전재단을 통해 공식적으로 지급되고, 일체의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은 장학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노 원장이 민정수석의 영향력을 이용해 양산부산대병원 운영에 도움을 받고, 부산대병원장 등 고위직 진출을 노리고 준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조씨가 받은 전체 장학금 1200만원 가운데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했던 2017년 말부터 2018년 말까지 지급된 장학금 600만원에 대해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노 원장은 올해 초까지 양산부산대병원장직을 맡으면서 본원인 부산대병원장 자리에 지원했다. 부산대 등 국립대병원장은 이사회에서 후보를 추천하면 민정수석 인사검증을 거쳐 교육부장관이 임명한다. 검찰은 노 원장이 조 전 장관과 장학금과 관련해 연락하는 과정에서 직무 관련성을 알게 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 원장은 최종 후보에 들지 못하면서 부산대병원장이 되지 못했고, 올해 6월 부산의료원장에 임명됐다.

앞서 부산대도 지난 11월 조씨에게 지급한 장학금에 대해 특혜 소지가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대는 교무처장 명의로 총학생회에 보낸 공문을 통해 "단과대학 또는 학교 본부에서 외부 장학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학칙이나 규정에 위반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교육의 형평성 및 도덕적 차원에서 특혜의 소지가 있었다고 여겨진다"고 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노 원장 컴퓨터에 ‘문재인 대통령의 주치의 선정에 깊은 일역(一役)을 담당했다’라는 내용의 문건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노 원장이 조 전 장관을 통해 같은 학교 강대환 교수가 대통령 주치의로 선정되는 과정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