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현국

할아버지 병원에 있으니
소금밭이 고요하다
끌어올린 바닷물이 없으니
말릴 바닷물이 없다
할아버지가 밀던 대파*는
창고 앞에 기대어
할아버지 땀내를 풍기는데
물 삼키던 햇볕은
애먼 땅만 쩍쩍 가른다
새싹 같고 볍씨 같고
눈꽃 같던 소금꽃들
할아버지 땀이 등판에서 소금이 되어야
하얀 살 찌우던 소금꽃들

푸른 바다는 멀리서
꽃 피울 준비하며 애태우고 있을까
할아버지 소금이 없으니
세상엔 소금이 좀 부족해졌을까

빈 염전에 바닷물 한 줌 흘려놓곤
주문을 넣는다

할아버지가 온다
소금이 온다

*대파 : 염전에서 소금을 긁어모으는 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