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사모아가 '홍역 대란'에 휩쓸렸다. 지난 10월 첫 발병 사례가 보고된 후 27일까지 사모아 인구 20만명 중 5600명 이상이 감염됐고 이 중 81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대부분은 영·유아였다. 사모아 정부는 휴교령을 선포하고, 관광지와 공공시설에 출입을 제한했다. 홍역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가 있는 집에는 붉은색 깃발을 내걸게 했고, 백신 접종팀을 투입했다.

사모아의 홍역 대란은 홍역 백신이 위험하다는 '가짜 뉴스' 때문이다. 2018년 6월 사모아에선 영아 2명이 홍역 예방접종을 받은 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모아 부모들은 백신에 대한 불신에 사로잡혔다. 전국에 배포된 백신을 회수하고 홍역 예방접종을 9개월간 중단한 정부도 불신을 부채질했다. 백신이 정부의 가장 흉악한 범죄라며, 파파야 잎과 비타민 A, 비타민 C를 홍역 치료제로 사용하는 잘못된 민간요법을 전파하는 '안티 백신 운동'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횡행했다.

나중에 영아 사망 사고는 간호사가 백신에 물 대신 근육이완제에 섞어 주사해서 일어난 의료 사고였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사모아 전역을 장악한 불안 심리를 꺾지 못했다. 2013년만 해도 사모아 영아의 90%가 홍역·볼거리·풍진 예방접종을 받았지만 지난해 이 비율은 34%까지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한 관광객이 홍역에 걸린 채 사모아에 온 뒤 대규모 전염 사태가 발발했다.

사모아 정부는 부랴부랴 영유아에 대한 홍역 백신 접종률을 95%로 끌어올렸고, 이달 초'안티 백신' 운동 주도자를 체포했다. 뉴욕타임스는 아이를 잃은 사모아 부모들이 슬픔에 빠져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