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없는 그날까지… 제로 웨이스트 현장을 찾아서

인류가 만들어내는 쓰레기양(量)은 무지막지하다. 세계은행은 인간이 하루에 쓰레기 350만t을 생산한다고 추정한다. 전 세계 해안 1m당 쓰레기봉투 15개를 촘촘히 채워 넣을 수 있는 쓰레기가 한 해에 쏟아진다. 유럽을 중심으로 '쓰레기 생산자'를 그만두고 지구를 좀 깨끗하게 만드는 존재가 되자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한 사람당 한 해 1L짜리 병 하나를 채울 쓰레기만 만들자는 캠페인도 유럽에선 진행 중이다. 독일과 루마니아의 제로 웨이스트 현장을 탐험대원 두 명이 찾아갔다.

독일 베를린 동남부 주택가에 있는 수퍼마켓 '오리기날 운버펙트'를 찾은 김혜지(왼쪽) 탐험대원. 이곳에선 손님들이 직접 가지고 온 반찬 통이나 천 주머니에 필요한 식료품을 담아 계산한다.

'우리는 면을 직접 만들기 때문에, 어떤 포장재도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낭비 없이 당신을 위해 최고의 맛을 선사할 것입니다.'

지난달 찾은 독일 베를린의 식당 '프레아(FREA)' 벽에 붙은 안내문 내용이다. 음식 맛을 홍보하는 식당은 많아도, 포장재를 쓰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식당이라니. 데이비드 수치 프레아 대표는 "프레아는 세계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식당"이라고 했다. 식당이 쓰레기를 단 하나도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쉽지는 않지요, 물론. 음식 재료는 산지로부터 포장되지 않은 상태로 공수하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남은 음식물은 퇴비로 만들어 재활용하지요."

프레아를 둘러보니 '쓰레기 제로'를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보였다. 테이블엔 휴지 대신 면 손수건이 놓였고, 식재료는 여러 번 씻어 쓰기 좋은 스테인리스 통이나 유리·도자기 용기에 담겨 있었다. 가게 어디에도 휴지통이 없었다. 수치 대표는 식당 한쪽 2인용 테이블 정도 크기인 기계를 가리키며 "음식물 쓰레기를 24시간 내에 퇴비로 만들어준다. 프레아에서 남은 식재료와 손님들이 남긴 음식은 퇴비가 돼 농가로 보내진다"고 했다.

오후 6시 프레아가 문을 열자 100여석의 자리가 모두 꽉 찼다. 일회용 냅킨이나 빨대가 없다고 항의하는 손님은 없었다. 약간 불편할 법도 한데, 이 식당은 당일 예약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수치 대표는 "손님들은 새로운 경험이라며 오히려 더 좋아한다"고 했다.

베를린에서는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는 상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베를린 동남부 주택가에 있는 '오리기날 운버펙트(Original Unverpackt)'는 2014년 문을 연 세계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상점이다. 이곳에서는 곡물·국수 등 식료품이 모두 대용량 유리병에 담겨 있었다. 봉투를 안 준다. 손님들은 직접 가지고 온 반찬 통이나 천 주머니 등에 필요한 식료품을 담아 계산해서 가져나간다.

음식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탄생한 마트도 있다.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제품을 '구조'해 할인가에 판매하는 이른바 '레스큐 마켓(rescue market·구조 상점)' 지르플러스(Sirplus)다. 반점이 생기기 시작한 사과, 이파리가 시들해 보이는 당근 등 보통 마트에서는 보기 어려운 오래된 식료품이 가득했다. 이걸 먹어도 된다고? 유통기한이 지난 10월로 적혀 있는 요구르트를 사서 맛봤다. 멀쩡했다. 라파엘 패머 대표는 "지르플러스엔 식품 위생 전문가가 있고, 철저한 제품 분석을 통해 안전하다고 검증된 제품만 판매한다.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다"며 웃었다. 2017년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이 마트는 현재 베를린에 점포 3개를 내며 인기를 얻고 있다.

베를린은 환경 운동가가 아닌 일반 시민도 제로 웨이스트나 친환경 소비에 쉽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한국에서도 쓰레기통 없는 식당이 들어서고, 포장재 없는 상점에서 장을 보는 일이 어색하지 않을 날이 오도록 힘을 보태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