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군소 정당 등 범여권이 27일 야당의 반대 속에 선거법을 강행 처리했다. 국회 방호원들이 동원됐고 고성과 몸싸움이 난무했다.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선거의 규칙인 선거법이 선거 주요 참여자가 반대하는데도 강제로 통과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선거법 일방 변경의 방망이를 두드렸다. 민주화 운동권이 민주주의에 사망 선고를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애초에 선거법은 이들의 목표도 아니었다.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려는 민주당이 군소정당 표를 끌어들이기 위해 미끼로 던진 것이다. 민주제도가 한낱 미끼로 전락했다. 이 누더기법은 국회의원들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국민이 이해 못 하는 선거제도가 존재할 수 있나. 그 자체가 반(反)민주다.

전문가들은 이 선거법은 위헌 소지가 적지 않다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지역구 투표에 따라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제도는 직접선거 원칙에 어긋나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 때문에 정당득표제가 도입된 것이다.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는 별개라는 취지인데 연동형 비례제는 지역구 선거 결과가 비례대표 배분에 영향을 미치게 돼 헌재 결정에 위배된다. 지역구에서 일정 의석을 얻으면 비례 투표에서 아무리 많은 표를 받아도 1석도 가져오지 못한다. 비례 투표에서 사표가 대량 발생하기 때문에 표의 등가성을 해쳐 평등선거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선거법 처리 과정도 탈법과 위법의 연속이었다.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올린 법안과 이날 통과된 수정안은 틀 자체가 바뀌었다. 패스트트랙 제도를 농락한 것이다. 만약 선거를 치르고 난 뒤 선거법 개정 무효 결정이라도 나오면 누가 감당할 수 있나.

피해자인 한국당은 예고한 대로 비례한국당을 창당할 것이다. 불가피한 정당방위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도 원래 목적인 공수처법만 통과시키고 나면 본색을 드러내고 비례민주당을 만들려 할 가능성이 크다. 비례한국당에 이어 비례민주당이 만들어지면 이 누더기 선거법은 그나마 아무런 의미도 없어지게 된다. 연동형 제도를 도입했던 다른 여러 나라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선거법을 다시 원위치시키자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엉터리 제도는 결국 폐기가 불가피하다. 나라와 선거가 희화되는 전적인 책임이 정권에 있다.

1988년 만들어진 현행 소선거구제 선거법은 30년이 지나도록 그 골격을 유지해왔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여야 합의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법은 범여권 정당들이 잇속을 챙기기 위해 만들어졌다. 의도에서부터 '일회용 선거법'일 운명이다. 이런 선거법으로 선거를 치르고 나면 패배한 쪽은 승복하지 못한다. 나라 통합은 물 건너갈 것이다. 이런 무도한 폭거를 집권 세력이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