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군소정당 '찬성 156명, 반대 10명, 기권 1명'으로 통과
한국당, 본회의장 인간띠·현수막 만들어 의장석 주변 점거
文의장 질서유지권 발동… 국회 경위가 의원들 차례로 끌어내
예산부수법안도 상정 처리… 임시국회 28일까지 열기로
한국당 "민주주의 죽었다"… 文의장 "민주주의 파괴자들"

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반대 속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있다.

민주당과 범여 군소 정당들은 27일 본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선거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167명, 찬성 156명, 반대 10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됐다.

제1 야당이 반대하는 선거법이 일방 강행 처리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따라 지역구 253석에 비례대표를 47석으로 하고 비례 의석 가운데 30석에 대해서는 50%의 연동률로 의석을 배분하는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내년 4월 총선부터 시행된다.

또 민주당 등은 이번 임시회를 28일까지 열기로 했다. 따라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28일까지 하루 반나절 정도 열린 뒤 무제한 토론이 종료될 전망이다. 이어 공수처법에 대한 표결은 이르면 오는 30일쯤 이뤄질 전망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5시 30분쯤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에 입장, 본회의를 개의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의장석에 나와 문 의장을 향해 "날치기 중단하라"고 외쳤지만, 문 의장은 본회의를 강행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석으로 올라갔다가 국회 경위에 의에 끌어내려졌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도 지팡이를 짚고 의장석에 올랐다가 경위들에 막혔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 주변 단상에 몰려와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플래카드를 흔들며 "문 의장 사퇴하라"고 외쳤다.

문 의장은 선거법 개정안과 임시회 회기 결정의 건, 예산 부수 법안 등을 차례로 상정했고 민주당과 군소 정당 의원들은 속속 표결을 벌여 안건들을 통과시켰다. 문 의장은 회기 결정에 앞서 선거법을 표결할 수 없다는 한국당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 의장은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민주주의 파괴자들 아니냐"고 했다.

앞서 한국당은 이날 오후 3시쯤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표결과 공수처 신설법 상정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 안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한국당 의원 30여명이 의장석 주변과 연단 앞에서 인간 띠를 만들어 앉았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밟고 가라' '공수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절대 반대' 등의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들었다. 김태흠 의원은 방청석의 기자들을 향해 "저희의 이런 모습은 불법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장제원 의원은 "국회는 이제 사망했다. 더 이상 국회법, 대한민국 법을 운운할 수 없다"고 했다.

전희경 의원은 "자유한국당 다 잡아가라"며 "나라 망하는 것보다 낫다"고 외쳤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본회의장 연단 길목 바닥에 앉았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입장해 의원석에 앉아 한국당 의원들의 농성을 지켜봤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해 의장석으로 향하다가 농성중인 한국당 의원들에 막힌 뒤 국무위원석에서 잠시 앉아있다.

한국당은 이날 본회의 개최에 앞서 '임시 회기 결정 안건'을 첫 번째로 처리해야 함에도 선거법을 첫 번째로 처리하는 것으로 의사 일정이 돼 있다며 문희상 의장과 민주당에 항의했다.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정재·이만희·전희경 의원은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으나 의장실 관계자들이 막아 30여분간 들어가지 못했다.

심 원내대표는 "잘못된 관행들이 더 이상 지속되서는 안된다"며 "최소한 있는 규정은 잘 지켜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의장을 향해 "무조건 못 만나겠다고 틀어박혀 계시니 제1 야당을 아무리 무시해도 이런 식으로 무시하면 안된다"고 했다.

이후 오후 4시 30분쯤 문희상 의장이 본회의장에 국회 경위들의 경호를 받으면서 들어섰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안에서 의장석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문 의장을 막아서고 "의장 사퇴", "의장 사퇴"라고 외치며 경위들과 대치했다.

이에 문 의장은 본회의장 내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문 의장은 본회의장 내 대치 도중 국무위원석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경위들에 둘러싸여 의장석으로 향했고, 경위들이 한국당 의원들을 하나씩 끌어내리면서 문 의장은 의장석에 착석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 앞 연단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