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대통령' 허재(54)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두 아들, 허웅(26·DB)과 허훈(24·KT)은 올스타전에 함께 나선 적이 없다. 2014~2015 시즌부터 한국 프로농구 무대를 누빈 허웅은 2년 차부터 기량이 급성장하며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올스타전 팬 투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허훈은 연세대에서 뛰고 있었다.

동생은 2017~2018 시즌 KBL(한국농구연맹) 무대에 데뷔했다.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며 2018년과 2019년 올스타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허웅은 그 당시 상무 소속으로 프로 코트에서 뛰지 않았다.

◇형제가 모두 팬 투표 1위

내년 1월 19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리는 프로농구 올스타전엔 형제가 드디어 함께 뛴다. 허웅과 허훈이 모두 올스타에 뽑힌 가운데 이번엔 동생이 최다 득표의 영예를 안았다. KBL은 26일 "허훈이 12월 5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올스타 팬 투표에서 총 11만4187표 중 5만104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허웅에 이어 허훈도 최다 득표자가 되면서 프로농구 최초로 형제가 팬 투표 1위를 차지하는 진기록이 나왔다.

가문의 영광이다. 형 허웅에 이어 동생 허훈도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사진은 허훈이 부산 KT 홈 코트에서 드리블을 하는 모습.

아버지도 못 이뤄본 성과다. '농구 대통령'이란 칭호가 붙은 허재 전 감독은 1997년부터 2004년까지 8시즌 동안 프로에서 뛰며 올스타전 베스트 5에 네 번 뽑혔다. 하지만 최다 득표와는 인연이 없었다. 엄밀히 따지면 올스타 팬 투표가 2001~2002 시즌부터 도입돼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전까지는 기자단이 올스타를 선발했다. 허 전 감독은 팬 투표가 실시된 이후엔 2003년, 베스트 5에 한 번 이름을 올렸다. 역대 올스타 팬 최다 득표를 가장 많이 기록한 선수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9년 연속 1위를 한 이상민 삼성 감독이다.

◇올 시즌 최고의 남자

올 시즌 허훈은 팬 투표 1위에 어울리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22경기에 출전해 평균 16.5점 7.4어시스트 3.0리바운드 1.3스틸을 기록 중이다. 어시스트는 리그 전체 1위이며, 평균 득점도 국내 선수 중에선 가장 높다. 중장거리 슈팅 능력이 좋아지면서 경기당 3점슛 성공 개수에서도 2.2개로 3위를 달린다. 득점(32점·LG전)과 3점슛 성공(9개·DB전), 어시스트(13개·삼성전) 등 개인 최다 기록이 모두 올 시즌에 나왔다. 시즌 MVP(최우수선수)급 활약이다.

“허허허” - 2016년 국가 대표팀 당시 3부자의 모습. 허재(가운데) 감독과 허웅(왼쪽), 허훈.

허훈의 기세는 최근 잠시 꺾였다. 왼쪽 허벅지 부상으로 지난 17일 KGC전부터 코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허훈과 함께 7연승을 내달리며 신바람을 냈던 KT도 그가 빠진 후 4연패 수렁에 빠지며 6위(13승13패)까지 내려갔다. 허훈은 내달 초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동생이 형을 뽑을까

24명이 뽑힌 이번 올스타전은 최다 득표 1·2위가 양 팀 주장이 되어 직접 선수를 선발한다. 허훈에 이어 팬 투표 2위를 한 선수는 4만5952표를 얻은 김시래(30·LG). LG는 김시래 외에도 정희재(8위)와 캐디 라렌(10위), 김동량(11위)이 팬 투표 상위권에 포진했다. 비시즌 KBS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한 덕분에 LG는 최근 원정 경기에서도 많은 성원을 받는 '전국구 구단'이 됐다.

허훈과 김시래가 각자 자신의 팀 멤버를 선발하는 '올스타 드래프트'는 내달 초에 진행된다. 지난 시즌엔 팬 투표 1·2위 양홍석과 라건아가 게임을 통해 선수들을 뽑았는데 이번엔 아직 선발 방식이 결정되지 않았다. 주장 허훈이 형 허웅을 자신의 팀 멤버로 지명할지가 이번 '올스타 드래프트'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