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게임권을 보장하라."

지난 19일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청와대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시위대 300명이 모여 이런 구호를 외쳤다. '장애도 서러운데 가슴에 피눈물 나게 하는 현 정부 반성하라' 같은 피켓도 보였다. 이날 시위는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가 주최했다. 오락실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다. '똑딱이'는 오락실 게임기 버튼을 1초에 2~3회씩 자동으로 눌러 주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게임 자동 진행 장치다. '전자오락 보조 장치'와 '장애인 인권' 간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국내 대부분의 성인용 오락기는 '상품권 타기' 방식이다. 돈을 넣은 뒤 버튼을 누르면 화면 속 슬롯머신이 돌아가고, 숫자나 그림이 맞으면 상품권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런 게임기는 1시간에 1만원 이상 투입할 수 없도록 규제돼 있다. 사행성을 줄인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똑딱이'를 이용하면, 1명이 게임기 여러 대를 동시에 돌릴 수 있다. 한꺼번에 큰돈을 벌거나 잃을 가능성이 생긴다. 문체부는 지난달 27일 똑딱이를 금지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했다. 이날 집회는 이에 항의하기 위해 열렸다.

오락실업계는 "똑딱이 금지는 장애인 인권침해"라고 주장한다. 똑딱이는 손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한 것으로, 사용을 금지하면 이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본지가 이날 오후 서울 은평구 게임기 80대 규모 성인오락실을 찾아가봤다. '파라다이스' '신과 함께' 등 다양한 제목의 게임기가 놓여 있었다. 그곳에서 색 바랜 낡은 패딩 점퍼에 모자를 깊게 눌러쓴 한 중년 남성이 초조한 듯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 그는 똑딱이 5대를 이용,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게임기 5대를 동시에 돌렸다.

이웃 B오락실은 들어서자마자 '탁탁탁' 하는 기계음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게임기 128대 가운데 124대에 올려진 똑딱이가 내는 소리였다. 화면에 '김○○' '박○○' 등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가 붙은 게임기도 있었다. 게임장 매니저는 "똑딱이를 켜 두고 밥을 먹으러 간 사람들 자리"라고 했다. 어느 곳에서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팔이 불편한 장애인은 찾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