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월성 원전 1호기 영구 정지안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서 표결 5대2로 통과됐다. 이 안건은 감사원 감사 진행을 이유로 심의가 두 번 연기됐지만 그 이유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크리스마스 전날 회의에 급작스럽게 상정돼 통과된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음을 느끼게 한다.

한수원은 2018년 지방선거 직후인 6월 16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경제성을 이유로 월성 1호기 조기 폐기를 결정했다. 당시 한수원 이사회는 영덕과 삼척에 예정한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취소도 결정했다. 이때 울려 퍼진 한국 원자력계의 조종에 원안위가 2019년 크리스마스이브의 메아리로 화답했다. 한수원 이사회와 원안위의 월성 1호기 조기 폐기 결정 배경에 탈원전 조치를 강력히 이행하라는 정치적 주문이 있었음은 틀림없다. 필자는 경제성을 이유로 한 월성 1호기 조기 폐기 조치를 전혀 합당하지 않은 역사적 범죄행위로 본다. 누군가가 교사해 진행된 이 범죄행위에 공범들이 있다.

한수원 이사회 결정의 근거가 된 삼덕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는 여러 무리한 전제를 기반으로 했다. 대표적인 것이 원자력 전기의 예상 판매 단가를 상식 이하로 대폭 낮추어 잡은 것이다. 한수원이 국회에 낸 자료로 작성한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6년 판 공공기관 사업 분석 보고서에는 원자력발전 원가가 kWh당 54원으로 되어 있다. 2012년 42원에서 지속적으로 오른 값이다. 안전 기준 강화를 요구하는 탈원전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원자력발전 원가가 54원 이하로 내려가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에서는 원자력 전기 판매 단가가 2018년 56원에서 시작해 2022년에 49원까지 계속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5년간 판매 단가를 2016년 발전 원가 54원보다 현저히 낮은 값으로 예측한 것이다. 이 예측은 앞으로 한수원이 모든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원가보다 싸게, 손해를 보며 판다고 보는 것이다. 전혀 말이 안 되는 예측이다. 실제 2018년 판매 단가는 62원이었다. 경제성 평가 첫해부터 6원, 즉 10% 이상 틀린 것이다. 경제성이 없다는 논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억지로 판매 단가를 낮게 예측하였으니 틀릴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러한 억지에도 삼덕회계법인 보고서의 결론은 월성 1호기의 향후 이용률이 54.4% 이상 될 경우에는 경제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판매 단가를 적절하게 잡았다면 손익 분기 이용률은 50%보다 훨씬 낮았을 것이다. 그런데 한수원 이사회는 7000여 억원을 들여 보수를 끝내 100% 출력 운전이 가능한 월성 1호기의 이용률이 55%도 안 될 거라는 매우 비상식적인 판단 아래 조기 폐기 결정을 내렸다.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배임 행위에 이사들이 동참한 것이다. 이에 반대한 이사 한 명을 제외하고는 합리적 판단을 하지 않은 배임의 공범이라 할 수 있다.

원안위에 상정된 월성 1호기 영구 정지를 위한 운영 변경 허가안은 원전 해체를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정지되어 있는 원전의 운영 요원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 이사회 결정이 원천 무효가 되면 한수원은 월성 1호기를 재가동해야 한다. 이럴 경우 안전한 가동에 대비하여 현 임시 정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안위원들은 안전성 관점에서 영구 정지 조치 승인에 동의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개인의 양심과 이성에 따라 판단했어야지 교사자의 논리와 요구에 맹목적으로 따르면 안 되었던 것이다.

공범도 역사에 남는다. 한수원 이사와 원안위 위원들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고귀한 책임을 맡은 사람들이다. 훗날의 평가와 문책을 두려워하며 현재의 판단을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