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공간에 '진짜 세상'의 복제를 만드는 디지털 트윈(쌍둥이)은 최첨단 산업이라 일컬어지는 항공 분야에서도 점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여객기가 한번 비행을 하면 데이터가 1테라바이트 분량 정도 쌓인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런 데이터를 투입해 가상의 공간에서 비행 관련 시뮬레이션을 한 후 이를 항공기 정비와 시스템 개선에 활용하는 식이다.

조종사를 꿈꾸는 나는 비행기가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행되는 세상을 꿈꾼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항공 제조사 보잉 본사를 찾아갔다. 이곳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운항 지역의 특성이나 날씨 등을 분석해 더 많이 소모되는 부품을 파악하고, 특정 지역의 부품 재고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행 중 결함이 발생하면 시스템이 이를 자가 진단한 뒤 적절한 데이터를 축적·분석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항공기 부품을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제공해 정비·대기 시간을 줄이기도 한다는 얘기였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보잉 본사를 찾은 조종사 지망생 배봉준 탐험대원. 디지털 트윈 기술은 항공기 제작 효율을 높이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보잉은 이런 디지털 트윈 모델 개발로 항공기 부품과 시스템 품질을 40%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보잉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인공지능 등 관련 연구와 시뮬레이션의 효율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지금은 초기 단계이지만 디지털 트윈은 앞으로 10년 동안 항공기 생산 효율을 개선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잉뿐 아니라 경쟁사인 유럽연합의 에어버스도 적극적으로 디지털 트윈 기술을 개발 중이다.

보잉의 연구소인 '음향 실험 센터'의 무반향실(anechoic chamber, 소리가 울리지 않도록 만든 방)에선 디지털 트윈을 위한 데이터가 어떻게 축적되는지를 목격할 수 있었다. 비행기 소재의 성질에 따라 동체·문 등이 항공기 탑승객과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반복하면서 데이터를 계속 저장했다. 환경을 조금씩 바꿔가며 10분의 1로 축소한 엔진이 만들어내는 소음 정보를 계속 수집하기도 했다. 음향 실험 센터 관계자는 "이런 데이터를 쌓아가는 이유는 디지털 트윈을 효율적으로 구동하기 위해선 '재료' 격인 빅데이터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