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에서는 화장실 이용 금지… 그래도 20시간씩 필리버스터
전문가 "필리버스터 할 때 화장실 가면 다음 의원으로 넘기는게 맞아"
與 안민석 의원, 3년전 필리버스터 때 최초로 화장실 가는 선례 만들어

선거법 반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민주당 첫 번째 주자로 오른 김종민 의원이 발언 도중 화장실에 다녀온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당은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를 하는 중 연단을 비우는 것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김 의원이 화장실을 다녀 오는 선례를 만들자, 김 의원에 이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한국당 권성동 의원도 자리를 비우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24일 필리버스터를 하던 중 화장실을 다녀와 인사를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1시 50분부터 오전 6시 22분까지 4시간 32분간 필리버스터를 했다. 그는 선거법 찬성 토론을 진행하던 중 약 3분간 화장실을 다녀왔다가 토론을 재개했다. 김 의원은 오전 5시 50분쯤 문희상 의장에게 "지난번에는 잠깐 화장실을 허락해줬다고 한다"며 "시간을 끌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2월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 때 민주당 소속 의원이 화장실에 다녀온 선례가 있다는 것이었다.

문 의장은 "3분 안에 다녀오는 것으로 (허용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한국당은 강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문 의장은 한국당의 항의에 "의장을 모독하면 스스로 국회를 모독하는 것"이라며 김 의원에게 화장실에 다녀오라고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김 의원의 화장실 행이 문제라며 국회법의 조항을 제시했다. 국회법은 필리버스터에 대해 '의원 1명 당 한 차례만 토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필리버스터 규정은 중간에 본회의장 토론에서 이석하는 경우까지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며 "중간에 화장실을 다녀올 경우 사실상 한 사람당 수 차례 무제한 토론이 가능한 것이어서 국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날 첫 번째 필리버스터에 나선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오랫동안 토론을 하기 위해서 기저귀를 차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종민 의원이 언급한 선례는 2016년 2월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 당시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이 화장실을 다녀온 것을 말한다. 이석현 당시 국회부의장은 당시 몇몇 의원들에게 "화장실을 다녀오라"고 권유했다. 안 의원은 "지금 생리현상이 급하다. 화장실을 허락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한 뒤 화장실을 다녀 왔었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24일 필러버스터 도중 화장실에 가고 있다.

그러자 김종민 의원 다음 차례로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한국당 권성동 의원도 토론을 시작하고 2시간 25분쯤 지난 뒤 주승용 국회부의장에게 양해를 구한 뒤 화장실에 다녀왔다.

미국에서는 의회 규칙에 따라 필리버스터를 할 때 화장실을 가지 못한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공화당)은 2013년 9월 '오바마 케어' 반대 필리버스터에 나서 21시간 19분동안 쉬지 않고 발언했다. 그는 규정에 따라 화장실을 가지 않았다. 스트롬 서먼드 전 상원의원은 1957년 24시간 18분동안 발언해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화장실에 가지 않고 발언을 이어가기 위해 보좌관에게 발언대로 양동이를 들고 나오게 해 생리현상을 해결하면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한국입법학회 회장인 건국대 홍완식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필리버스터에 대한 국회법 입법 취지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도중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하고, 화장실을 갈 경우 토론이 끝나는 것으로 보는 게 맞는다"라며 "생리적인 이유로 이석을 허용하면 횟수나 시간을 어떻게 규정할지 등 기술적으로도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편 필리버스터로 밤을 새운 의원들은 본회의장 곳곳에서 '쪽잠'을 잤다. 네번째로 필리버스터에 나선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앞서 의원들의 토론이 언제 끝날지 몰라서 (본회의장에서) 밤을 꼬박 샜다"고 했다. 첫 토론 시작 40여분이 지나면서 잠시 눈을 감은 문희상 의장을 향해 한국당의 한 의원은 "의장님 졸지 마세요"라고 했다. 세번째로 토론에 나선 한국당 권 의원은 필리버스터 도중 문 의장이 주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고 자리를 비우자 "주 부의장은 죄가 없으니 좀 주무셔도 되지만, 국회의장은 죄가 많아 주무시면 안 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