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의 출마를 요청했으며 청와대는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들을 정리하려고 했다는 취지의 메모를 검찰이 확보해 수사 중이라고 한다. 송병기 울산 부시장 업무 일지에 'VIP가 직접 후보 출마 요청 부담으로 비서실장이 요청'이라고 적혀 있는데, 대통령의 뜻에 따라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이 송 시장 출마를 요청했다는 취지다. 그 내용 아래쪽에는 민주당 인사 두 사람 이름 옆에 공기업이나 '자리 요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고 한다. 청와대가 송 시장 경쟁자들에게 자리를 챙겨주려 했다는 뜻이다. 후보 매수 아닌가.

다른 날 메모에는 민주당과 청와대(BH)가 송 시장 경쟁 후보를 '제거'한다는 부분이 있고,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해당 후보를 움직일 카드가 있다고 얘기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민정수석은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민정수석이 갖고 있다는 카드가 뭐겠나. 송 후보 경쟁자들에게 비위 증거를 들이대며 포기를 종용한다는 뜻이다.

전 정권 청와대가 선거 여론 조사를 벌여 경선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전 대통령이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전 정권 허물을 그토록 비난하던 이 정권 청와대가 경찰에 야당 후보 표적 수사를 지시하고 그것도 모자라 같은 당 후보들을 상대로도 온갖 선거 공작을 했다고 한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과 관련해 지금까지 청와대, 여당, 정부, 경찰의 개입 사실을 보여주는 숱한 증거와 정황이 드러났다. 청와대는 여당 후보 측근이 제보한 내용에다 자체 수집 첩보를 더해 경찰에 수사 방법까지 지시했다. 처벌 조항과 형량까지 알려줬다고 한다. 명백한 하명 수사였다. 청와대 비서관들은 여당 후보 측과 공약을 협의하며 예산 관련 행동 지침까지 시시콜콜 상의했다고 한다. 정부 장관들은 울산으로 내려가 대놓고 여당 후보 선거운동을 해줬다. 경찰은 야당 후보가 공천을 받은 날 압수 수색을 하며 선거에 흙탕물을 끼얹었다. 이런 총체적 선거 개입에 비교하면 청와대가 선거 여론 조사를 했다는 전 정권 적폐는 깃털처럼 가볍다.

이 모든 공작의 수혜자는 문 대통령이 '형'이라고 부르고 "그의 당선이 내 가장 큰 소원"이라고 했다는 30년 지기 절친이다.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다. 그에 더해 이제 대통령이 출마를 요청했고 최측근 참모인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이 그 일에 관여했다는 정황까지 나왔다. 대통령이 나서 자초지종을 밝히고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더 이상 침묵한다고 덮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