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가 16일(현지 시각) 유엔 안보리에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결의안 초안을 기습적으로 제출하자 미국이 "완화를 고려할 때가 아니다"라며 즉각 반박했다.

미 CBS방송 등에 따르면 중·러는 이날 북한의 수산물·섬유·조형물 등에 대한 수출 금지를 풀어주고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를 오는 22일까지 모두 송환토록 하는 제재 조항을 해제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유엔 대북 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유엔 회원국들은 자국 주재 북한 노동자를 22일까지 모두 북한으로 돌려보내야 하는데 이 시한을 목전에 두고 결의안을 기습적으로 낸 것이다. 중·러가 그동안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지속해서 제기해왔지만, 결의안을 제출한 것은 처음이다. 미·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한 편을 들며 미국에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

초안에는 '남북 철도·도로 협력 프로젝트'를 제재 대상에서 면제하는 내용도 포함됐고, 인프라 건설 장비 및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제재도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중·러는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자제한 것과 한·미의 연합훈련 중단 등을 제재 완화의 이유로 들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6자회담 부활 촉구 내용도 결의안에 담겨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지금은 안보리가 조기 제재 완화를 고려할 시점이 아니다"라며 "북한은 도발 수위를 높이겠다고 위협하고 비핵화 논의를 위한 만남을 거부하고 있으며, 금지된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유지와 진전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상임이사국 5국 가운데 어느 한 나라도 반대하지 않아야 하며, 상임·비상임 이사국 15국 중 9국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에 중·러의 제재 해제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한편 북한 전문 매체인 NK프로가 이날 평양 순안공항에서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소속 여객기가 고려항공이라고 적힌 북한 측 연료 트럭과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비행기 연료를 주고받는 사진을 공개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RFA는 만약 이것이 중국 여객기에 있던 항공 연료를 북한 측에 건네는 것이라면 북한에 항공유 수출을 금지한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