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시 고강도 부동산 규제 대책을 발표했다. 18번째 대책이다. 17번째 분양가 상한제가 도리어 집값 급등을 촉발시키자 분양가 상한제를 더 확대하고 주택 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내용인데도 예고나 유예 기간도 없이 바로 오늘부터 시행키로 한 대책도 있다. 그러나 세제·금융의 규제 카드를 총망라한 수요 억제책이 전부일 뿐 시장이 요구해온 공급 확대책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앞으로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고 막차라도 타야 한다는 시중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아파트 매물을 늘리기 위한 세금 퇴로(退路)도 사실상 열어주지 않았다. 일부에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면제해준다는 것 외엔 주택 매각을 유인할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되면 부동산 시장이 마비된다. 집값 급등세를 잠시 억누를 수 있을지 몰라도 속에서 폭발 압력은 점점 커질 수 있다.

대출을 받아야 하는 중산층·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하고 현금 부자만 유리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년 7개월여 동안 무려 18차례나 대책을 내놓은 것 자체가 정부 부동산 정책의 기본 틀이 틀렸다는 것을 뜻한다. 집을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쪽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정책 틀이 바뀌지 않는 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가 팽배해 있다. 거기에 이번 발표는 시장의 불안감을 더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집값은 급등, 급락이 모두 좋지 않다. 집값 안정은 민생 정책의 최우선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집값 정책에서 정치적 고려를 빼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집값 정책은 순전히 정치 정책이란 지적이 그치지 않았다. 18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청와대 비서실장이 다주택자 청와대 참모들에게 "한 채 빼고 나머지 집은 처분하라"는 사실상의 지시를 내린 것도 한 예다. 모든 것이 보여주기 쇼다. 부동산 시장을 마비시켜 내년 총선까지만 집값을 붙잡겠다는 목표라면 그 후는 어떻게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