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화성 8차 재심 절차에서 검찰의 의견서 제출에 필요한 수사 내용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검찰이 개입할 빌미를 만들었다. 그러나 과거 경찰 수사 전반에 관여한 검찰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검찰이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직접 수사에 착수한 이후 검찰과 경찰의 대립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이 당시 경찰의 과오를 집중 거론하자 경찰은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고 성급한 판단을 앞세워 여론몰이한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경찰은 오는 17일 언론 브리핑을 열고 8차 사건 수사 내용과 증거 조작이라는 검찰의 판단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나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은 물론 사건을 지휘한 검사의 입건 방침도 밝힐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혹 행위나 증거 조작 부분에 대한 수사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한 반박도 내놓을 전망이다.

8차 사건으로 20년 옥살이를 한 윤모(52)씨의 재심을 대리하는 박준영 변호사는 15일 본지 통화에서 "검·경 양측이 수사권 조정 국면을 너무 의식한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우리로서는 양측의 다툼이 수사를 서로 잘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답답할 것이 없다"면서도 "하나의 사실에 대해 이번처럼 매번 의견을 달리한다면 앞으로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유사한 갈등이 또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립을 최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대립을 확대하고 책임을 떠넘기려만 한다면 누구를 위한 수사권 조정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변호사는 1989년 윤씨가 범인으로 검거되는 과정에서 경찰 수사관의 가혹 행위, 국과수의 증거 조작 등 중대한 위법이 확인됐다는 검찰 발표에 "경찰도 진작에 알았으나 발표하지 않았고, 달갑지 않은 자료가 검찰에 넘어가는 것을 경계해 의혹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경찰이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것도 직접 수사에 나선 이유라고 밝히고 있다.

박 변호사는 검찰에 대해서도 "수사에서 발견한 과거 경찰의 문제를 더 확대시키고 싶었을 것"이라며 "수사권 조정과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누가 그 말을 믿겠느냐"고 했다. 또 "8차 사건의 검찰 수사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아 경찰이 상대적으로 지적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담당 검사는 경찰의 수사 기록을 검토하고 현장 검증을 2번 주재하면서 소아마비 장애인인 윤씨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검·경 양측이 수사 결과를 법정에 제출해 공개 검증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