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범여 군소 정당은 13일 선거법 개정을 위한 '4+1' 협상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의 숫자를 두고 치열한 밥그릇 싸움을 벌였다. 이로 인해 이날 선거법과 예산 부수법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열기로 했던 본회의까지 무산됐다. 민주당은 '4+1 협상'에서 연동형 비례대표를 30석으로 줄이고 당초 도입하기로 한 석패율제도 축소하자고 했다. 하지만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은 연동형 비례대표를 30석 이상으로 하고 석패율제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섰고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 5당은 지난 10일 예산안을 짬짜미로 통과시킬 때까지만 해도 같은 편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총선에서 각자 1석이라도 더 가져가기 위해 볼썽사나운 다툼을 벌인 것이다.

엇갈린 '4+1 협의체' - 13일 국회에서 심상정(왼쪽) 정의당 대표와 정동영(가운데) 민주평화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비공개 회동을 한 뒤 흩어지고 있다. '4+1 협의체'에 들어 있는 이 3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질 연동률을 현재 선거법 개정안에 들어 있는 것보다 낮추고, 석패율제 적용 의석수도 줄이자고 주장하자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4+1 협의체'는 이날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을 최종 협의해 본회의에 올릴 방침이었다. 원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오른 선거법 개정안 원안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225+75석'으로 하고 연동형 비례대표 반영 비율을 50%로 하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지역구와 비례 의석을 '250+50석'으로 조정하고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타협안에 의견 접근이 됐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안을 주장하면서 공방이 벌어졌다. 연동형 비례대표는 비례대표 50석 중 20석만으로 한정해 연동률 50%를 적용하고, 나머지 30석의 비례 의석은 현행 방식인 정당 득표율대로 배분하자는 것이었다. 비례대표 50석 전체에 대해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방안과 비교하면 정의당 등 소수 정당이 가져가는 비례대표 몫이 크게 줄어든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등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의 숫자를 25석이나 30석으로 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1~2석의 의석을 누가 더 가져가느냐를 놓고 범여 정당들이 온종일 다툼을 벌이다 자기들끼리 합의한 본회의마저 열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이러다가 1당 뺏기면 책임질 거냐" "내 지역구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통과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득했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타협안에 대해서도 "이럴 거면 정의당도 밟고 가라"며 끝까지 반발했다. 심상정 대표는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민주당은 선거법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태도를 보면 개혁의 대의는 온데간데없고, 마치 대기업이 중소기업 단가 후려치듯 협상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정의당은 이번 선거법이 통과되면 가장 큰 수혜를 입는다. 민주당 주장(비례 30석에만 50% 연동률 적용)을 수락해도 현재 6석에서 11~12석으로 의석이 늘어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며 버틴 것이다.

석패율제도 논란을 빚었다. 호남 의석이 많은 바른미래당 당권파나 평화당, 대안신당은 권역별 석패율제 도입에 사활을 걸었다. 호남 지역에서 아쉽게 떨어져도 2등 후보에게 비례대표를 주는 석패율제를 적용하면 구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 관계자는 "호남당 중진들은 민주당 후보에게 질 경우를 대비해 목숨을 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를 20~30명으로 줄이면 석패율제는 의미가 없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그러다 6개 권역에서 1명씩, 총 6명 이내에서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방안으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2·3·4·5중대가 '국회의원을 어떻게 나눠 먹을까' 욕심을 내세우고 있다"며 "기본 취지와도 전혀 다른 누더기 선거법을 국민 누가 이해하겠느냐"고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각 정당의 의석수를 비례대표 선거 득표율에 연동해서 배분하는 선거제도. 예를 들어, A정당이 비례대표 선거 득표율은 10%인데 지역구에서는 2명만 당선됐다면,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전체 의석 300석의 10%인 30석을 보장받는다. 비례대표가 28명 당선되는 것이다. 여기서 연동률을 낮추거나 연동 적용 예외 비례대표 의석 수를 늘릴수록, 지역구 의원 숫자에 비해 정당 지지율이 높은 군소정당에 돌아가는 의석수는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