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은 12일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바닥에 '나를 밟고 가라'라는 현수막을 깔아 놓고 농성을 계속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탄핵소추안 발의 추진에 이어, 문희상 국회의장이 예산안을 예산 부수법안에 앞서 처리한 것에 대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여당이 범여 군소 야당과 야합을 계속하면 선거법, 공수처법 처리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말이 나왔다.

황 대표는 이날 농성장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향후 1∼2주는 국가와 민주주의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대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의회민주주의 수호 운동을 강력하게 하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전날 오후부터 민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에 반발해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황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좌파독재 세력들의 횡포가 극에 달했다"며 "지금 여기 국회에서, 몸이 부서져라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민주당이 뒷방에 기생 정당을 불러놓고 작당 모의하면서 다른 입으로 협상 가능성을 운운하는 것은 가증스러운 일"이라며 "힘으로 밀어붙여 날치기하는 것이 민주당의 생각이라는 것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확인됐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당이 예산안처럼 선거법 처리를 밀어붙일 경우, 한국당이 이를 무산시키기는 어렵다. 한국당(108명)과 새로운보수당 및 안철수계(15명), 야(野) 성향 무소속 의원들을 모두 모아도 재적 과반(148명)에는 한참 모자라기 때문이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라디오에서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방해)도 시간 끌기만 할 수 있을 뿐"이라며 "그런 대응 방안을 사용해 보고, 결국 '우리를 밟고 지나가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도 "수적으로 불리한 한국당 의원들이 이들의 야합을 극복하기는 참으로 힘들다"고 했다.

헌재에 제기할 권한쟁의심판 역시 시간이 걸리고 현재 헌재 재판관 구성을 볼 때 야당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작다는 전망이 나왔다. 홍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 역시 본회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고, 문 의장이 아예 상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선 '협상을 통해 얻을 건 얻자'는 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