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범여 군소 정당들이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512조2504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만들어 통과시키는 과정은 대대적인 '세금 나눠먹기 짬짜미'였다. 민주당이 이달 들어 예산안 심사에서 한국당을 배제하고 그 대신 '패스트트랙 공조'로 엮인 군소 정당을 끌어들이면서, 민주당에 협조한 이들의 지역구에 '예산 선물'이 쏟아졌다.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지난 10일 강행 처리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광주·전남·전북에 대한 국비 투입 규모는 정부의 예산안 원안에 비해 각각 수천억원씩 증액됐다. 호남 지역에 늘어난 예산은 1조1000억원 규모로 이들이 순삭감한 예산액(1조2500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민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에 협조한 군소 정당들의 지역구가 대부분 이곳에 몰려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4+1 예산안 처리에 협조한 군소 정당 및 무소속 의원은 33명이었다. 이 가운데 19명이 호남 지역구 의원이다. 다른 지역구 의원은 5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9명은 비례대표였다.

특히 각 당 실세들은 예산을 대거 챙겼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최소 567억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주홍 평화당 의원은 276억원, 조배숙 평화당 원내대표는 56억원 등이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의원 8명 중 변화와혁신(변혁) 소속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대안신당·무소속 의원 전원이 4+1 예산안 처리에 협조했다. 그 결과 호남고속철도 광주~목포 구간 건설 사업은 42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480억원이 추가돼 900억원이 됐다. 광주~강진 고속도로에는 230억원, 광주도시철도 2호선에는 220억원이 추가됐다. 7개 사업은 정부 원안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심사 도중 끼어들어 갔다. 광주전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 청사 리모델링 사업이 생겨서 35억5300만원이 책정됐고, 2억600만원짜리 광주 남구 송하동 마을 하수관로 정비 사업이 신설됐다.

의원 전원이 전북·전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평화당도 '4+1 예산안'에서 제 몫을 챙겼다. 정동영 대표(전북 전주병)와 김광수 의원(전북 전주갑)은 전주탄소산업단지 진입도로 예산을 20억원, 전주역사(驛舍) 개량 사업 예산을 10억원 늘렸다. 황주홍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은 광주~강진 고속도로 예산 230억원 등을 추가했다.

대안신당도 마찬가지였다.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전북 정읍고창)은 정부 원안에는 없던 정읍 벼 건조 저장 시설 지원 사업(5억8000만원), 고창 하수처리시설 증설 사업(5억원) 예산을 만들어냈다. 고창군 일대에 전봉준 생가터 등을 조성하자는 '동학농민혁명 성지화(聖地化)' 사업(2억원)도 신설됐다. 박지원·김종회·윤영일 의원도 각기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씩 지역구 예산을 불렸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역구 내 하수관로 정비 사업 예산 5억원을 따냈다. 정의당은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농민·여성·소상공인 관련 예산을 4+1 협의체에 참여한 덕분에 늘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예결위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신안산선 복선전철사업 예산 50억원을 추가했다. 윤호중 사무총장 지역구인 경기 구리시는 관련 예산이 정부 원안보다 5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지역구 4석이 모두 민주당 차지인 충남 천안시와 당진군도 당진~천안 고속도로 건설 예산을 81억원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