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아이가 좀처럼 가만히 앉아서 하는 놀이를 싫어해서 고민이라는 부모들이 있다. 사람마다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이 기질적 특성도 다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조용히 앉아서 책을 보는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온종일 뛰어다니고 땀을 뻘뻘 흘리며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활동적이다 못해 지나치게 과격하게 노는 아이들은 그것을 못하게 할 경우 몸이 밧줄로 묶인 것 같은 억압된 느낌을 받는다. 잠깐은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반동 현상을 일으켜서 그전보다 훨씬 더 많이 난리를 치고 뛰어다닐 수도 있다.

이런 아이에게는 어느 정도 허용된 공간에서는 좀 시끄럽게 뛰어놀게 해주는 것이 좋다. 시간을 제한해 어느 시간부터 어느 시간까지는 실컷 몸을 움직이면서 놀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를 '제한된 범주 내에서의 부모의 허용'이라고 한다. 아이를 인정해주고 수용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큼 일정한 나이가 되면 적절한 규제와 통제를 배우게 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제한된 범주 내에서 허용해주는 것이다.

아이가 가만히 앉아서 하는 놀이를 극도로 싫어할 때는 억지로 가만히 앉아서 놀도록 강요하지 말자. 이런 아이들에게는 도미노 게임이나 장난감 볼링 등을 추천한다. 일정한 규칙과 규율이 있으면서도 그다지 정적이지 않고, 재미와 활동성을 다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사람씩 순서대로 몸을 움직이면서 일정한 규칙을 지켜야 놀이가 가능하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는 방법도 배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