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취업자 수가 급감한 데 따른 '기저 효과'와 세금을 쏟아부어 만든 단기 공공 일자리 등의 영향으로 최근 취업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취업 통계를 살펴보면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이 노인 일자리나 하루 3~4시간 미만 단시간 일자리인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허리에 해당하는 30~40대 일자리와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일자리 감소 행진도 여전했다. 이 때문에 고용 지표상 양(量)과 질(質)의 괴리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17시간 미만 초단시간 일자리만 급증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51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33만1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증가 폭이 지난 8월부터 4개월 연속 30만명 이상을 기록하는 등 월평균 취업자 증가 폭이 9만7000명에 그쳤던 지난해와 비교해 표면상으로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고용률(61.7%)도 11월 기준으로 1996년 이후 2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취업시간별, 연령대별, 산업별 등으로 세분한 지표를 살펴보면 정부가 주장하는 '고용 회복세'와는 거리가 멀었다.

먼저 취업시간대별 취업자 증감을 보면 일주일에 1~17시간만 일하는 사람이 지난달 38만6000명이나 늘었다. 이는 추석 연휴로 일할 수 있는 날이 조사 대상 기간 중 3일에 그쳤던 지난 2011년 9월(134만6000명)을 제외하면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이다.

반면 주 36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은 28만9000명이나 줄었다. 정동욱 통계청 과장은 "(1~17시간 취업자는) 임시직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구조적으로 노인 일자리가 포함될 수 있다"며 "산업별로 보면 노인 일자리가 많은 공공 행정이나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아르바이트하는 학생과 시간제 강사 등이 있는 숙박·음식업 및 교육 서비스업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결국 세금으로 만든 복지 성격의 노인 일자리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근로시간 '쪼개기 현상'으로 취업자 수가 늘었다는 얘기다.

◇노인 일자리 40만개 늘어… 3040 일자리는 26개월 연속 감소

연령대별로 보면 노인 일자리만 대폭 늘고, 한창 일해야 할 30~40대 일자리는 줄어드는 현상이 뚜렷했다. 지난달 60대 이상 취업자는 500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40만8000명이나 늘었다. 60대 이상 취업자는 지난 10월에도 41만7000명 늘었는데, 198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60대 이상 취업자가 40만명 이상 증가한 것은 올해 10월과 11월뿐이다.

반면 지난달 30대와 40대 취업자는 각각 2만6000명, 17만9000명 줄었다. 30대와 40대 취업자 수는 지난 2017년 10월부터 26개월 연속 동반 감소하고 있다.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기간 동반 감소하는 중이다.

통계청은 "40대의 경우는 인구 증감을 고려하더라도 취업자 감소세가 더 빠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40대는 전(全) 연령대 중 고용률도 유일하게 하락(79.5%→78.4%)했는데, 22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외환 위기 여파가 있던 1997년 5월~1999년 5월(25개월) 이후 최장 기간이다.

우리 경제를 이끄는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달에도 전년 대비 2만6000명 줄어서 2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이 역시 2013년 산업 분류 개편 이래 최장 기간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홍남기 부총리는 "고용 회복 흐름이 시장에 공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기 침체와 인건비 증가로 40대 일자리가 많이 줄었고, 그 자리를 재정을 투입한 60세 이상 일자리가 메운 상황"이라며 "주 40~50시간 일자리 하나가 단시간 채용에 따라 여러 개로 쪼개지면서 양적 증가가 일어난 것이고, 국민이 체감하는 고용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