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범여 군소 정당이 법에도 없는 '4+1 협의체'를 통해 만든 예산안 수정안은 10일 밤 문희상 국회의장의 본회의 기습 상정 후 25분 만에 통과됐다. 지난 10월 28일 시작된 예산안 심사가 여야 대치로 인한 파행 끝에 정기국회 마지막 날 마치 군사작전 하듯 속전속결로 처리된 것이다.

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심재철,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6시 40분까지 예산안 처리를 놓고 '협상-결렬-재협상'을 반복했지만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이후 오후 8시 38분쯤 본회의 속개 직후 문 의장은 '4+1 협의체'의 예산안 수정안을 상정했다. 문 의장이 성원 선포와 함께 "예산안을 상정하겠다"고 하자, 심재철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은 의장석 앞으로 뛰쳐나가 거세게 항의했다. "독재 타도" "세금 도둑"을 외치며 반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국당은 499조2539억원 규모의 자체 수정안을 제출해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정부 측 부동의로 표결조차 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예결위 간사는 이날 오후 3시 15분부터 문 의장 주재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부 원안 대비 약 1조6000억원 삭감한 511조9000억원 규모로 예산안을 수정하는 방안에 의견 접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밤 통과된 '4+1 협의체'의 수정안(원안 대비 1조2000억원 삭감)보다 4000억원을 더 깎는 내용이었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만든 예산안 수정안 중 남북 교류 협력, 일자리, 탈원전, 소득 주도 성장 예산 등의 감액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를 거부하면서 "4+1 협의체의 기존 1조2000억원 삭감 및 증액 내역을 세세히 달라"는 한국당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4+1 협의체란 예산 도둑들이 과연 어떤 예산을 증액하고 삭감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예산 심사로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날 예산안 강행 처리 직후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4+1 협의체라는 전혀 설득력 없는 불법 사설 기구를 통해 예산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고 비난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을 직권남용, 국가공무원 정치관여 등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홍 부총리 탄핵소추안도 발의키로 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당과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게 안타깝지만 오늘이라도 예산안이 통과돼 다행"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본회의 산회 직후 본회의장 앞에서 밤샘 농성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