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올겨울 처음으로 수도권과 충북 지역에 고농도 미세 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수도권은 10일 하루 평균 초미세 먼지(PM2.5) 농도가 '매우 나쁨'(75㎍/㎥ 초과)으로 예보되고, 충북은 9일 일평균 농도가 50㎍/㎥을 초과한 데다 10일도 50㎍/㎥을 넘어설 것으로 예보됐기 때문이다. 이에 10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수도권에서 5등급 차량 운행이 제한되고, 충청도 전체의 공공기관 차량 2부제가 시행되는 등 조치가 이뤄진다. 행정·공공기관 운영 사업장 등이 단축 운영된다.

이번 미세 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이달 들어 사상 첫 '미세 먼지 계절 관리제'가 시행된 이후 처음 발령됐다. 계절 관리제는 고농도 미세 먼지가 자주 발생하는 12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공공부문 차량 2부제 등 미세 먼지 저감 대책을 상시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다.

◇11일까지 미세 먼지 '나쁨'

전국 미세 먼지 농도는 지난 8일부터 상승세였다. 서울은 일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가 8일 40㎍/㎥을 기록했고, 9일엔 오후 5시 46㎍/㎥까지 올랐다. 경기도는 8일 45㎍/㎥에서 9일 49㎍/㎥, 충북은 8일 48㎍/㎥에서 9일 51㎍/㎥으로 높아졌다.

오늘 수도권은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 - 10일 국내 대기 중 시간 흐름에 따른 초미세 먼지 농도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픽. 초미세 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 빨간색(매우 나쁨), 그다음이 노란색(나쁨)으로 표시된다. 이날 오전부터 중국 등 해외에서 초미세 먼지가 유입되면서 초미세 먼지 농도가 높아져 수도권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 수준일 것으로 예보됐다. 나머지 지역도 ‘보통’인 제주도를 제외하면 초미세 먼지 농도가 모두 ‘나쁨’일 것으로 예보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번 고농도 미세 먼지(초미세 먼지 농도 35㎍/㎥ 초과)가 11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수도권의 미세 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 제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의 농도는 '나쁨' 수준으로 예보됐다. 이처럼 미세 먼지 농도가 올라간 것은 지난 4일부터 몰아친 한파 이후 상대적으로 따뜻한 이동성 고기압이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면서 중국 산둥성 등 공장지대를 비롯한 국외 미세 먼지 유입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세 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면 수도권에서는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이 가능하다. 미세먼지특별법에 의해 지정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운영 시간을 줄이거나 조정해야 한다. 만약 비상저감조치가 6일 이상 이어지면 민간 차량을 대상으로 한 2부제 시행, 어린이집·유치원·학교 등의 휴교조치, 임시공휴일 지정까지도 가능하다.

◇미세 먼지, 지난겨울만큼 심할 수도

이번 겨울 미세 먼지 상황은 지난겨울만큼 심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평년보다 따뜻했던 지난겨울과 비슷하게 온난한 날씨가 예보됐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지난달 올겨울(12~2월) 장기 예보를 발표하면서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 세력이 평년보다 약해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다"고 했다. 통상 겨울철은 시베리아 고기압에 3일간 춥다가 온난한 이동성 고기압으로 바뀌는 4일간은 따뜻한 '삼한사온(三寒四溫)' 날씨가 특징이다. 그런데 최근엔 날씨가 따뜻할 때 대기가 정체돼 미세 먼지 농도가 높아져 '삼한사미(三寒四微)'란 신조어가 생겼다. 올겨울 온난한 날씨가 늘면 미세 먼지 농도가 높은 날도 많다는 것이다.

중국이 겨울 오염물질 저감 목표를 예년보다 낮게 잡은 점도 우려다. 중국 정부는 10월 '2019~2020 징진지(京津冀·베이징·톈진·허베이)와 주변 지역 동계 대기오염 종합관리 행동방안'에서 내년 3월까지 미세 먼지 농도를 전년보다 4% 줄이겠다고 했다. 이는 9월 공개한 초안보다 1.5%포인트 낮다. 블룸버그통신은 "베이징이 또 한 번의 '회색 겨울(gray winter)'을 준비 중"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