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내 신당 창당 모임인 '변화와 혁신'의 유승민 의원이 8일 "대구의 아들 유승민, 대구에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변화와 혁신' 중앙당 발기인 대회에서 유승민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병국 의원, 오신환 의원, 권은희 의원, 유승민 의원,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 이준석 전 최고위원, 이혜훈 의원.

유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변화와 혁신 중앙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광주의 딸 권은희 광주에서, 부산의 아들 하태경 부산에서, 대구의 아들 유승민 대구에서 승리하도록 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유 의원이 내년 4·15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서 출마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서울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4선인 유 의원은 대구 동을에서 17·18·19·20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됐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옛 새누리당을 탈당한 후 대구 지역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서 "배신자"란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 때문에 유 의원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 깃발을 들고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 것이다.

최근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유 의원에게 보수대통합을 제안하고 유 의원도 "대화에 응하겠다"고 한 것도 그의 서울 출마설을 키웠다. 보수통합 정당이 출범할 경우 개혁을 내건 유 의원이 중도층과 20·30대가 많이 사는 서울에서 출마해 보수 진영 외연 확장에 나설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유 의원이 거듭 대구 출마 뜻을 밝히면서 서울 출마 가능성은 낮아졌다. 한 야권 관계자는 "유 의원은 보수의 본산이라는 대구·경북(TK)에서 보수 진영의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보수 정치의 변화가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보수 진영의 차기 대선 후보 경쟁 구도를 감안해도 TK 지역에서 자신에 대한 일부 부정적 여론을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반면 한 정치권 인사는 "유 의원의 이날 발언은 보수 통합과는 별개로 변화와 혁신 신당 후보로 나설 경우를 상정한 계획 같다"고 했다. 아직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단 신당 창당에 힘을 싣기 위한 의도도 깔려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3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 개정 선거법이 통과될 경우 유 의원이 변화와 혁신을 중심으로 보수 진영 해쳐모여를 도모하고, 이를 발판으로 대구에서 승부를 보려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만약 선거법 개정이 무산되고 통합보수 정당 창당에 속도가 붙을 경우 유 의원 선택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유 의원은 이날 "내일이면 이곳 국회에서 대통령을 탄핵한 지 만 3년이 되는 날"이라며 "그 이후 정말 가시밭길을 걸어왔다"고 했다. 이어 "제가 죽음의 계곡이라고 표현했는데 이제 우리 모두가 가장 힘든 죽음의 계곡 마지막 고비를 살아 건너가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 변혁은 수도권의 젊은 분들 마음부터 잡겠다"며 "이 자리에 함께하는 의원들이 우리 변혁이 수도권에서 돌풍을 일으키는데에 앞장서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