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근무 중 얻은 병이 다른 질환으로 번져 장애를 갖게 된 퇴직 경찰관에게 장해급여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과중한 업무와 야간 근무 스트레스가 병세 악화에 영향을 줬다고 본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단독 이길범 판사는 전직 경찰관 A씨가 "장해급여를 지급하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2017년 경찰에서 정년퇴직한 A씨는 2000년 근무 도중 극심한 가슴 통증에 응급실로 실려 갔다.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공단은 혈관 수술까지 받은 A씨에 대해 공무상 요양을 승인했다.

이후로도 계속 경찰로 근무한 A씨는 퇴임 1년 전 '말기 신장병'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장해급여를 신청했는데 이번에는 공단이 지급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과로·스트레스 등 업무적 요인보다는 체질이나 유전에 따른 자연 악화로 본 것이다.

A씨는 "장기간 심근경색 치료를 받는 동안 심장기능 저하가 신장기능 저하로 이어졌고, 약물복용과 경찰 업무로 인한 과로·스트레스로 악화된 것이 맞는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업무상 재해에 필요한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도 증명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급성 심근경색으로 신장기능의 급격한 저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과중한 업무나 야간 교대근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 말기 신장병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는 2015년부터 병이 발생할 때까지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3교대 근무를 했는데 야간근무 등 교대근무가 지속되면 규칙적인 주간근무와 야간수면을 통한 피로 해소가 어려워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이 상당히 감소된다고 볼 수 있다"며 "진료기록을 감정한 의사도 A씨의 경우 과로나 스트레스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의학적 소견을 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