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은 '김기현 첩보 문건'에 "법률적 측면에서 세련되고 고차원적"
홍익표 '개인적으로 입수했다'면서 문건 공개하고 檢과 상반된 주장
언론에 하명수사 의혹 불거진 게 지난달 26일인데 洪은 "한달전쯤 문건 입수"
숨진 수사관이 '고래고기 사건'으로 울산 갔다는 靑 브리핑도 해명
"수사관이 대면청취한 보고서 보면 경찰·검찰·해경 직접 방문해 만나"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6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비리 의혹이 담긴 첩보 문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현 부시장으로부터 제보받아 편집·정리한 뒤 경찰청에 내려보냈다는 그 문건이다. 검찰에서는 이 문건에 대해 "세련되고 고차원적인 프로의 솜씨"란 말이 나오지만 홍 대변인은 "문건은 '의혹이 지역에서 제기되고 있고 의혹이 상당하다'는 정도의 제보로, 법률적 판단 내용도 없고 경찰이나 검찰에 어떻게 무엇을 하라고 한 내용도 하나도 없다"며 상반된 주장을 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

홍 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첩보 문건 제목이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의혹'이라고 밝혔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해 경찰로 넘어간 그 문건이 맞느냐'는 사회자 질문엔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홍 대변인은 문건 입수 시점은 "이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시점이니까, 대략 한 달 정도 (전을) 전후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불거진 시점은 서울중앙지검이 사건을 울산지검에서 이관해온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26일쯤이다. 홍 대변인은 그 전인 한 달 전부터 첩보 문건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홍 대변인은 문건 입수 경위에 대해선 "여러 경로를 통해 확보한 것이어서 자세히 말할 수 없다"고 했고, 입수 동기에 대해선 '개인적 차원'이라며 "검찰, 경찰 쪽에 여러 경로가 있어 자료확보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홍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첩보 문건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는 "문건 내용은 좀 정리해서 공개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 전 시장 관련 첩보 문건은 우선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 소속 문모 행정관에게 제보했고, 문 행정관이 요약·편집한 것을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첩보 문건에 대해 "법률적 측면 등에서 세련되고 고차원적이었다. 개인이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법을 잘 아는 정부 기관에서 쓴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그런데 홍 대변인은 이날 "문건에는 (사실 관계에 대한) 법률적 판단 내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첩보 문건은) 지역에서 제기된 의혹을 그대로 정리한 것"이라며 "(총 4쪽 분량의 문건은) 크게 3개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는 지역 토착업체와 (김 전 시장 측의) 유착 의혹이 한 쪽 정도 되고, 비서실장 측근 비리 내용이 두 쪽, 마지막에는 김 전 시장의 형·동생과 관련한 비리 내용이 사실 관계처럼 기술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냥 이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떠돌고 있다, 의혹이 상당하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홍 대변인은 이어 "(당시) 고소·고발 또는 투서가 난무했다. 또 하나 갖고 있는 문건은 메모 자료로 경찰, 검찰로 갔던 것인데,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음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문건의 내용은 "울산 지역 브로커와 건설업자, 황 청장이 김 전 시장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홍 대변인은 논란이 된 김 전 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브리핑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검찰 수사관이 작년 1월에 울산에 내려간 것은 '울산 고래고기 사건'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관련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런데 이 문건엔 사건 경위에 대해 '3줄'로만 요약 기술돼 있다. 이 정도 내용은 울산에 내려가지 않고서도 파악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공개하지 않은 보고서 내용이 더 있지만, 민간에 공개하기엔 민감한 부분이 있어 모두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홍 대변인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 그 수사관이 작성한 보고서를 입수했다. 5쪽 분량"이라면서 이 수사관이 대면청취한 내용을 작성한 보고서에 담긴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그는 "개요 뒤 첫 페이지에 일자별 개요와 진행경과가 있다"며 "이분이 (울산에) 가서 경찰, 검찰, 해경을 방문해서 직접 면담하고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고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