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창천초가 내년 9월 창천중과 통합한다. 서울 도심에도 불어닥친 저출산 여파로 2009년 45명이었던 1학년생 수가 10년 만인 올해 13명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기존 초등학교를 중학교에 합치는 것은 1998년 학교 통합 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이다. 올 3분기 서울의 합계 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이 0.69명으로 역대 처음으로 0.7명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학교 갈 아이가 줄어들자, 학교도 합치기 시작한 것이다.

학생이 감소한 지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중학교와 고교를 한데 묶는 통합 운영 학교는 전국에 100여 곳 있다. 하지만 서울에선 올 3월 문을 연 서울 송파구 해누리초중이음학교가 첫 신설 통합 운영 학교였고, 그 후로 없다가 이번에 기존 학교가 합쳐지는 첫 사례로 창천초·중이 대상이 됐다.

◇서울서 아이 줄면서 기존 초·중 첫 통합

지난해 '요즘 서울시 내 초등학교 학생 수'란 제목의 '짤방'(유머를 위한 동영상을 뜻하는 은어)이 인터넷상에 나돌았다. 당시 짤방에 나온 학교가 창천초다. 이 학교 6학년생은 24명인데 1학년은 13명밖에 안 된다. 전교생은 2009년 313명에서 올해 129명으로 급감했고, 학급도 같은 기간 14개에서 7개로 반 토막 났다. 이 학교 이미경 교감은 "학급이 줄어 빈 교실은 각종 특별 활동 교실로 쓴다"고 했다.

2일 찾은 창천초 일대는 낡은 주택이 즐비했다. 학교 정문 앞 유일한 문구점은 작은 수퍼마켓을 겸하고 있었는데, 1학년용 받아쓰기 공책은 매대에 진열돼 있지 않고 창고 구석에 보관돼 있었다. 태권도 학원이 하나 있었지만 성인용 체육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창천초 학생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인근 재개발로 세입자들이 동네를 떠났기 때문이다.

내년 2월 재개발이 끝나 18동(1248가구)의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지만, 학교 통합을 멈출 정도는 되지 않는다. 서울 서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아파트가 입주해도 학생은 23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교육부가 보는 초등학교 적정 인원은 360명 이상이다. 학교가 합쳐지면 중학교 교장이 초등학교 교장을 겸직하고 행정 인력은 통합된다. 창천초 통합은 1940년 개교 이래 80년 만이다.

◇폐교도 이어져… 산부인과도 문 닫아

창천초와 창천중은 같은 울타리 안에 있어 통합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서울의 학생 감소 지역 학교들은 문을 닫고 있다. 은평구 사립초인 은혜초는 학생 수 감소로 지난해 3월 문을 닫았고 강서구 염강초도 내년 3월 폐교된다. 염강초 학생들은 인근 가양초와 염경초로 분산 배치된다.

서울의 출산율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서울 초등학교의 통합과 폐교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전국 초등학생 수는 2014년 272만여 명에서 올해 274만여 명으로 0.7% 늘었지만, 서울의 초등학생은 같은 기간 7.7% 감소했다.

산부인과들도 문을 닫고 있다. 서울의 의원급 산부인과 수는 2009년 1분기 463곳에서 올해 3분기 396곳으로 14.5% 감소했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출산은 물론이고 결혼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분만 산부인과는 물론이고 여성 클리닉 형태로 운영하는 비(非)분만 산부인과도 문을 닫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취업난 심화와 집값 급등으로 양육 여건이 악화되면서 서울의 출산율과 학령인구가 가파르게 줄고 있다고 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울은 주거 비용이나 생활비가 지방에 비해 높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방보다 결혼이나 출산에 불리하다"며 "그래서 최근엔 서울이 오히려 지방 중소도시보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