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춘천=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한국탁구의 미래' 신유빈(15·청명중)이 전통의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에 출전하지 못한다.

4일 춘천 호반실내체육관에서 개막한 제73회 고진모터스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 현장, 신유빈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다.

2004년생 신유빈은 2013년 첫 출전이후 초중고대, 실업팀까지 나이 제한 없이 한국의 모든 탁구 선수가 총출동하는 전통과 권위의 종합선수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였다. 아홉 살, 초등학교 3학년 때인 2013년 제67회 종합선수권에서 대학생 언니를 4대0으로 돌려세우며 파란을 일으켰다. 중학교 2학년이던 지난해 종합선수권 혼합복식에선 조대성과 함께 혼합복식에서 쟁쟁한 실업선배들을 물리치고 최연소 결승행을 이뤘고, 준우승했다. 올시즌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된 후 폭풍 성장을 이어온 신유빈이 이번 종합대회에선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탁구인들과 팬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학교장의 결정으로 종합선수권에 출전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경기도가 정한 '최저학력' 기준에 미달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올시즌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된 신유빈은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한 랭킹포인트를 쌓기 위해 국제탁구연맹(ITTF) 주관 월드투어 대회에 잇달아 출전했다. 특히 '고교 에이스' 조대성(대광고)과 짝을 맞춰 출전한 혼합복식에서는 순식간에 월드클래스로 뛰어올랐다. 일본오픈과 불가리아오픈에서 8강에 올랐고, 8월 체코오픈에서는 혼합복식 최연소 우승 역사를 썼다. 오스트리아오픈에선 '선배 에이스조' 이상수-전지희조를 꺾고 4강에 오르며 실력을 입증했다. 12월 열리는 '세계탁구 왕중왕전' 중국 정저우그랜드파이널(12~15일)에 혼합복식 세계랭킹 5위로 선배들을 제치고 출전하게 됐다.

국가대표로서, 탁구선수로서 외국에서 잇달아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느라 2학기 시험기간을 한번 놓쳤고 이로 인해 종합대회 출전이 불가능하게 됐다. 체육계는 '공부하는 선수'에 대한 정책을 인정하면서도, 국가대표로 헌신한 '탁구신동'의 출전을 가로막는 조치에는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한 경기인은 "학생선수가 국가대표로 올림픽 준비를 위한 대회 일정으로 학업에 전념하지 못했을 때 이를 보완하고 만회할 수 있는 환경과 전문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생선수 개인에게 운동과 공부를 완벽하게 병행하는 부담을 지우는 것은 가혹하다"며 아쉬워 했다.

신유빈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탁구에만 전념하기 위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실업 직행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운동에 전념하기 위한 중고등학생 선수들의 선택적 자퇴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등학교 2학년인 이다은(호수돈여고) 최혜은(독산고) 등도 실업팀 입단을 결정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달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신유빈과 같은 '1% 체육영재'를 향한 고민과 대안을 밝힌 바 있다. "뛰어난 선수가 일반학교에 진학할 경우 운동한다고 봐줄 수는 없다"는 원칙을 밝힌 후 "뛰어난 선수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대안학교, 일반학교보다 자유스러운 대안학교를 고민중이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을 중심으로 일반 수업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우수선수로 육성하고 배려하고 지원하는 대안학교를 검토중"이라고 했다. 춘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