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 결선투표서 '강경파' 문용문 후보 꺾어…405표(0.9%) 차
"파업보다는 대화" 표방…노조원들, 6년 만에 '실리' 선택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현대차 8대 노조 위원장에 실리 노선을 내세운 이상수 후보(사진·54)가 당선됐다.

이상수 현대차 노조 위원장 당선자.

4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전날 진행된 8대 위원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이 후보가 2만 1838표(49.9%)를 얻어 강성 노선으로 분류되는 문용문 후보(2만 1433표·49%)를 누르고 당선됐다. 두 후보자의 득표수 차이는 405표(0.9%)에 불과했다.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5만 552명 가운데 4만 3755명(투표율 86.6%)이 참여했다.

현대차 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실리 노선이 당선된 것은 2013년 이경훈 전 위원장 이후 6년 만이다. 노조원들은 2015년과 2017년 모두 강성으로 분류되는 후보가 당선됐다.

이 후보는 현대차 3대 노조 수석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현대차 노조 내 여러 조직 가운데 실리·중도로 분류되는 ‘현장노동자’ 소속이다. 이 조직은 이경훈 5대 노조 위원장을 배출했다. 당시 ‘무파업’ ‘파업보단 대화’ 등을 내세워 실리 조직으로 분류됐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 후보는 ‘합리적 노동운동으로 조합원 실리 확보’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무분별한 파업을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단체교섭 노사 공동 가이드라인을 통해 교섭 시작 후 집중 교섭으로 2개월 내 타결을 원칙으로 삼았다. 여기서 타결이 되지 않을 경우에만 파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이 후보는 ‘4차산업 고용불안 해소’ ‘조합원 고용 안정’ ‘장기근속 및 특별채용 조합원 차별 철폐’ ‘투명경영 견인’ 등도 공약했다.

문 후보는 강성 노선 조직인 ‘민주현장투쟁위원회’ 소속이다. 4대 현대차 노조 위원장을 역임할 당시에도 꾸준하게 파업을 주도하는 등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번 선거에서 문 후보는 ‘상여금 150% 통상임금 포함’ ‘4차산업 정책연구소 설립’ ‘7+7 노동시간 도입’ ‘총고용 보장’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현대차 노조 위원장 선거에는 총 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실리 노선인 이 후보와 강경 노선인 문 후보, 안연호 후보, 전규석 후보가 ‘1대 3 구도’를 형성했다. 안 후보는 ‘금속연대’ 소속으로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이끌었다. 전 후보는 하부영 현 7대 노조 위원장 조직인 ‘금속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소속으로 금속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지난달 28일 있었던 1차 투표에서는 이 후보가 1위, 문 후보가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과반 득표에는 실패해 1·2위 결선투표가 진행됐다. 당초 강성표 집결로 문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실리파인 이 후보가 근소한 표차로 승리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하부영 현대차 노조 위원장은 한 노동 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임금 인상 투쟁 방향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 볼 때" "노조가 10% 기득권이 됐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강성 노선으로 분류되는 하 위원장은 올해 사측과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8년 만에 무분규 타결을 이끌었다. 하 위원장은 "노조 설립 이후 큰 전환점을 마주한 상황에서 사회적 고립을 탈피하는데 중점을 두고 결정했다"고 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이제 파업을 수단으로 사측과 교섭을 펼치는 건 구시대 방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사측과 대화로 임금이나 복지 향상 등의 실리를 찾고, 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불안한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들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차기 위원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