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울의 아파트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한 규제가 완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도 도시 기본 계획인 '2040플랜'에 아파트 35층 규제 완화를 포함할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 삶의 질이나 도시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언제까지 서울의 아파트 층수를 규제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초고층 빌딩 시공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828m)나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452m) 등도 우리가 시공했다. 도시계획이나 주택 정책은 20~30년 후 미래를 내다보고 큰 그림을 짜야 한다. 강철보다 강도가 100배나 뛰어난 탄소 나노 튜브 등 신소재나 3D 프린팅 등 기술 발전을 고려하면 지금까지는 상상할 수 없는 초고층이나 기하학적인 구조물이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강변에 50층 아파트가 실제 들어설 경우, 건물 높이를 고층화하는 방식으로 동간(棟間) 거리를 최대한 넓혀 가구 대부분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고 일조권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주택을 지을 만한 땅이 부족한 서울에서는 주거 밀도를 높여 녹지 공간을 늘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반면 높이가 일정한 아파트 단지는 획일적 스카이라인으로 도시 경관을 망치기 일쑤다.

모든 아파트 단지의 층고 제한을 완화하면 집값이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해야 한다. 서울시는 스카이라인이나 입지 여건을 고려해 예술적으로 서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설계안에 대해 초고층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다양한 디자인과 첨단 건축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의 서울 스카이라인을 새로 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