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일 토론회에서 '김정은이 말하는 새로운 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군사적으로 최근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서 보이듯 억지력(抑止力)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북 정세를 묻는 말에도 "지난 5월부터 집중적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단거리 미사일에 의한 억지력 강화를 들 수 있다"고 했다. 군사적으로 억지력이란 적이 공격하려고 해도 반격이 두려워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는 힘을 뜻한다.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미 연합군이 대응책을 준비할 때 '대북 억지력'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다. '한국이 억지력이 부족해 6·25 남침을 당했다'고 할 때 쓰는 말이다. 김 장관 말대로 북 미사일이 억지력이라면 국군의 북침을 막으려고 북이 어쩔 수 없이 미사일 실험을 한다는 얘기가 된다. 대한민국 장관이 북 집단의 입장과 관점에서 한반도 상황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무심결에 드러낸 것이다.

김 장관은 2년 전 칼럼에서 "(한·미가) 힘을 과시하면 북을 겁먹게 할 수는 있다. 다만 그 결과가 억지력, 즉 핵개발이었음을 알아야 한다"고 쓴 적도 있다. 핵개발이 '자위 수단'이라는 북 논리 그대로다. 한·미가 북을 공격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모든 군사 공격은 북에 의해 저질러졌다. 김 장관은 연구자 시절부터 북 주장에 동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북 제재를 "바보 같다"고 했고, 개성공단 중단은 "자해 행위"라고 했다. 제재받는 북 경제가 "오히려 좋아졌다"는 황당한 말도 했다. 북한 입장에서 문제를 살펴야 한다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에 완전히 매몰돼 몸만 한국에 있을 뿐 뇌는 북한식이 된 것 아닌가.

지난해 남북 판문점 선언에는 "당면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등 북한식 표현이 군데군데 보인다. 북한식 표현에 너무 익숙해 바꿔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북에 길들여지고 그들 사고방식대로 생각하는 정부 인사가 한둘이 아니다. 앞으로 북이 무슨 도발을 해도 '김정은의 입장'에 서서 두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