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학생 시절 출가를 결심하고 절에 들어간 이가 있었다. 그러나 출가는 미수에 그치고 그 대학생은 이제 정년을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은 국문학자로 학문적 성과를 이어 나가고 있다. 영남대 이강옥(63) 국어교육과 교수의 이야기다.

젊은 시절 결기는 지금도 남아 있다. 세속에서의 수행을 하기로 결심하고 수시로 암자를 찾아 다니며 수행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강옥 교수가 이 수행 기록을 담은 책을 최근 펴냈다. ‘깨어남의 시간들-수행의 길, 송광사에서 롱아일랜드까지’다.

이강옥 교수의 책 ‘깨어남의 시간들’ 표지(왼쪽)와 이강옥 교수.

이번 책은 2001년부터 2018년까지의 수행 기록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기록한 것이다. 삼보사찰 중 승보사찰인 송광사에서 경험한 여름 수련회가 책의 시작이다. 2003년도 거금도 송광암 여름 수련회, 2010년도 미국 롱아일랜드의 수행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깨우침의 기록, 2012년 우리나라의 대표적 수행공간인 부산 안국선원에서의 수행 경험, 2016년 송광사 대중공양 때의 일, 2017년 봉화 금봉암에서의 수행 경험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마지막은 2018년 홍천 행복공장에서의 경험을 기록하고 있다. 1.5평(4.95㎡) 남짓한 공간에서 세상과 단절된채 수행하는 무문관에서 이루어진 존재에 대한 실험적 관찰과 깨달음을 책에 담았다.

이 책에는 한 스님과의 특별한 인연도 소개됐다. 이 교수는 "고우 큰스님은 ‘벽암록’을 가르쳐 주시지 않았지만 큰스님을 뵈러 가는 그 길목의 깨달음 자체가 ‘벽암록’이었다"고 했다.

‘벽암록’은 중국 당나라 이후 선승들이 전개한 대표적인 선문답들을 가려 뽑아 설명한 책이다. 이 교수는 "만나는 사람, 지나친 장소들 그 모든 시절 인연이 깨달음의 길이었다"고 술회해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불립문자(不立文字)’ 또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세계를 우회해서 전달하고 있다.